제93화
방세린은 남자에게 끌려 시 외곽의 허름한 집으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서자 곰팡내와 쌓인 먼지가 한꺼번에 밀려와 몇 차례 기침이 터져 나왔다.
남자는 성큼성큼 걸어가더니 방세린의 입을 막고 있던 테이프를 거칠게 뜯어냈다. 그리고 바닥에 웅크려 앉아 사냥감을 살피듯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광기 어린 눈빛과 마주친 순간, 방세린은 본능적으로 몸을 떨며 뒷걸음질 쳤다.
남자는 그런 반응이 마음에 드는 듯 비웃으며 손에 쥔 칼끝으로 그녀의 뺨을 톡톡 건드렸다.
“당신 누구야? 나랑 아무런 원한도 없는데 왜 이러는 거야?”
남자는 차갑게 웃으며 노려보았다.
“그건 네 권력 있고 돈 많은 아버지한테 물어봐야지. 그 인간만 아니었으면 우리 집안은 망하지도 않았을 거고 내가 지금처럼 경찰을 피해 도망 다니지도 않았을 거야. 겨우 어린애 몇 명 유괴했을 뿐인데 날 완전히 끝장내려 하잖아.”
그제야 방세린은 모든 걸 깨달았다. 이 남자는 과거 자신을 납치했던 바로 그 범인이었다.
송진국은 딸을 되찾은 뒤 진실을 철저히 조사했고 단서를 쫓아 경찰과 함께 범죄자들의 소굴을 급습했지만 이 남자만은 도망쳐버린 것이었다.
남자는 점점 흥분하며 목소리를 높였고 방세린은 침을 삼키며 조심스레 그를 진정시키려 했다.
“진정해. 돈이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줄 수 있어. 하지만 돌이킬 수 없는 짓은 하지 마.”
그 말에 남자의 눈빛 속 광기가 잠시 가라앉았다. 그는 웅크린 채 칼끝으로 방세린의 턱을 들어 올렸다.
“원하는 만큼 줄 수 있다고?”
방세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좋아. 그렇다면 네 돈 많은 아버지에게 네 불쌍한 모습부터 똑똑히 보여주자고. 네가 불쌍할수록 네 아버지는 돈을 아끼지 않겠지.”
방세린이 그의 말뜻을 이해하기도 전에 남자는 갑자기 그녀의 머리채를 거칠게 움켜쥐고 벽에 세게 내던졌다.
차가운 벽과 이마가 부딪히는 순간, 방세린의 머릿속은 윙윙 울리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곧 뜨거운 액체가 이마를 타고 흘러내렸다.
남자는 그녀 앞에 다시 웅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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