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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화

송주아는 그 자리에 굳어 버렸다. ‘말도 안 돼.’ 도우미가 친어머니라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모욕적인데 이제 와서 친아버지가 납치범이라는 사실까지 알게 되다니. 왜 방세린만 그렇게 운이 좋았던 걸까? 송진국은 돈도 많고 지위도 높으며 인품까지 훌륭했다. 그런 부모 밑에서 태어난 방세린과 달리 자신은 왜 고작 이런 출신이어야 하는 걸까? 게다가 만약 송진국이 그녀의 친아버지가 방세린을 유괴한 장본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20년 넘게 키워 준 정이 있다고 해도 더 이상 친딸처럼 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미 하태원에게 버림받은 마당에 송씨 부모님의 사랑까지 잃게 된다면 그것은 너무나 처량하고 가혹한 일이 될 터였다. 송주아는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안 돼. 이런 일이 벌어지게 해서는 안 돼.’ 그때 진미숙이 다시 그녀의 팔을 잡아끌었고 송주아는 그녀를 부축하며 일으켜 세우고 낮게 속삭였다. “좋아요. 제가 꼭 도와드릴게요.” 한편, 하태원과 송진국은 경찰과 협력해 방세린의 행방을 찾고 있었지만 단서 하나조차 나오지 않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휴대폰이 울렸다. 하태원은 재빨리 전화를 받았다. 지금은 너무나 중요한 순간이었다. 방세린과 관련된 소식이라면 단 하나도 놓칠 수 없었다. 하지만 들려온 목소리는 뜻밖에도 위준우였다. “방세린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겁니까?” 위준우는 자원봉사 활동을 마치고 그녀와의 약속을 떠올리며 운성시로 돌아왔지만 그녀와 연락이 닿지 않았다. 불안한 예감이 엄습하던 그때, 우연히 송씨 가문의 친딸이 납치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 것이다. 송진국과 조여진에게는 연락이 닿지 않자 결국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하태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사정을 전해 들은 위준우는 무거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럴 수가...” 하태원은 방세린과 무관한 말은 더 듣고 싶지 않았다. 짜증 섞인 어조로 쏘아붙였다. “쓸데없는 소리하실 거면 끊으세요. 도움도 안 되고 시간만 낭비되니까요.” 그는 매정하게 전화를 끊어 버렸다. 그러나 30분도 채 지나지 않아 위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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