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화
이소은은 몸을 빼려 하지 않았다.
다만 고개를 숙여 그가 자신의 팔을 움켜쥔 손을 내려다봤다.
힘이 과해 그녀의 미간이 아주 조금 찌푸려졌다.
이소은은 다시 고개를 들었다.
무너진 얼굴, 충혈된 눈, 절박함으로 일그러진 그를 똑바로 바라봤다. 그 눈동자에는 동요도 통쾌함도 없었고 단지 아주 희미한 거의 연민이라 불러도 될 감정만이 잠깐 스쳐 지나갔다.
그녀는 다른 한 손을 들어 부드럽게 그러나 놀라울 만큼 단호하게 그의 손가락을 하나하나 떼어냈다.
“도윤 씨.”
해 질 녘의 바람 속에서도 그녀의 목소리는 또렷했고 차분했다.
“우린 이미 헤어졌어.”
“아니야! 헤어진 거 아니야! 난 인정 안 해!”
마지막 지탱을 잃은 사람처럼 나도윤의 감정은 더 격해졌다.
“내가 개자식인 거 알아! 눈이 멀었던 것도 알아! 하지만 이제야 알았어. 내 마음엔 너밖에 없어! 처음부터 끝까지 오직 너뿐이었어!”
“한유라랑은 다 정리했어. 완전히 끝냈어! 반지도... 봐, 반지도 아직 있어!”
그는 허둥지둥 수트 안주머니를 뒤져 작은 벨벳 상자를 꺼냈다. 손이 떨려 상자가 바닥에 떨어지자 다급히 주워 들어 열었다. 호텔 현관의 조명 아래에서 다이아몬드 반지가 차갑게 빛을 반사했다.
“결혼하자! 지금 당장! 뉴욕에서 혼인 신고해도 되고 한국 돌아가서 제일 큰 결혼식 올려도 돼! 친구들 다 부르고 세상에 다 알리자!”
“내가 너한테 빚진 거, 부족했던 거, 상처 준 거 전부 다 갚을게! 아니, 배로 갚을게!”
“이소은, 나 좀 봐. 이 반지 좀 봐. 여기 이름 새겨져 있잖아. 너야. 처음부터 끝까지 언제나 너였어!”
그는 말이 엉키고 흐트러진 채 반지를 내밀었다. 마치 마지막 신앙이자 희망이라도 붙잡으려는 사람처럼.
그제야 이소은의 시선이 반지 위에 잠시 머물렀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다.
그 안에는 추억도 흔들림도 심지어 조소조차 없었다. 그저 자신과 아무런 상관도 없는 평범한 물건을 바라보는 눈빛일 뿐이었다. 이윽고 그녀는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본 뒤,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입가에는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