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화
희망의 불씨가 한순간에 얼어붙었다.
“구해줘서 고맙긴 하지만 그렇다고 다시 도윤 씨와 시작하진 않을 거야.”
이소은은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그건 도윤 씨에게도 불공평하고, 나에겐... 모욕이야.”
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나도윤의 얼굴에서 핏기가 걷잡을 수 없이 빠져나갔고 수술대에서 막 내려왔을 때보다도 더 창백했다.
입술이 달싹였지만 그는 끝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도윤 씨의 사랑은...”
이소은은 담담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마치 아주 오래전에 지나간 이야기를 꺼내듯 말을 이었다.
“너무 늦었고 너무 무거워. 난 이제 받아들일 수 없어. 아니, 받고 싶지도 않아.”
그녀는 가볍게 숨을 들이켰다.
“이번에 날 구한 걸로 우린 이제 비긴 거야.”
“지난 6년 동안 내가 했던 모든 것들, 그리고 도윤 씨가 날 위해 맞았던 칼... 그걸로 다 정리됐어.”
“이제부턴, 우리 서로 아무 상관이 없는 사이야.”
그녀는 천천히 병실 옆 협탁으로 다가가 가방을 집었다.
손끝에는 망설임이 전혀 없었다.
“몸 잘 추슬러. 의사 말 잘 듣고, 치료에 집중해.”
“목숨은 도윤 씨 거야. 이제라도 아껴. 더 이상 바보 같은 짓은 하지 말고.”
그녀는 잠시 그를 바라봤다. 혈색을 잃은 얼굴과 눈동자 가득 고인 절망까지, 그 모든 것을 담담히 눈에 담은 뒤 이내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창밖, 아무 구속도 없는 자유로운 하늘을 향해 시선을 두었다.
“내일, 극단은 다음 도시로 떠나.”
그리고 그의 이름을 마지막으로 부르며 조용히 그러나 결연하게 말했다.
“도윤 씨. 우리 이제 각자 앞을 보고 살아야 해.”
그녀는 몸을 돌려 문 쪽으로 향했다.
손이 문고리를 잡았을 때, 아주 짧은 순간 멈칫했지만 끝내 돌아보지 않았다.
“앞으로의 삶에... 행운이 있길 바라.”
낮게 울리는 목소리와 함께 문이 조용히 열리고 닫혔다.
철컥.
아주 작은 소리였다. 그러나 그 소리는 나도윤의 세계 위로 거대한 철문이 내려앉는 것처럼 무겁게 울렸다. 빛은 차단되고 소리는 멀어졌으며 희망은 그 순간 완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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