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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파리, 어느 사립 병원. 공기 속에는 싸늘한 소독약 냄새가 가득했다. 복도는 고요했고 간혹 의료 기기에서 울리는 단조로운 신호음만이 적막을 깨뜨릴 뿐이었다. 이소은은 응급 수술실 앞 기다란 벤치에 앉아 있었다. 아직도 몸에는 피로 얼룩져 굳어버린 무대 의상이 그대로 걸쳐져 있었고 얼굴의 정교한 분장은 눈물에 지워져 엉망이 되었으며 먼지와 핏자국까지 뒤섞여 초췌하기 이를 데 없었다. 머릿속은 텅 비어 있었고, 귓가에는 윙윙거리는 울림만이 가득했다. 눈앞에서는 자꾸만 그 장면이 되살아났다. 서늘하게 번뜩이던 칼날과 미친 듯한 고함, 자신을 향해 돌진해 오던 그의 실루엣, 칼이 몸을 꿰뚫을 때 울리던 둔탁한 소리, 창백해진 얼굴과 함께 그가 마지막으로 내뱉었던 숨 가쁜 한마디까지. 그 장면이 머릿속에서 반복될 때마다, 온몸이 얼어붙는 듯한 오한이 몰려왔다. 그녀는 그를 미워했었다. 원망도 했고 마음속에서 완전히 지워 버리겠다고 스스로에게 수없이 다짐해 왔다. 하지만 그 칼이 그를 찔러 들어가던 순간, 피투성이가 된 그가 자신의 품에 쓰러졌을 때, 그동안 쌓아 올렸던 모든 미움과 원망은 더 크고 더 본능적인 공포 앞에서 한순간에 산산이 부서졌다. 그녀는 그가 죽는 것이 싫었다. 그 감정만큼은 어떤 생각보다도 먼저 명확하게 튀어나왔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알 수 없었다. 몇 분이었는지, 몇 시간이었는지조차 흐릿했고 어쩌면 한 세기처럼 길게 느껴졌을 즈음, 응급실 위에 켜져 있던 붉은 등이 마침내 꺼졌다. 문이 열리고 초록색 수술복을 입은 의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표정은 무거웠고 그의 입에서는 프랑스 억양이 섞인 빠른 영어가 쏟아져 나왔다. 이소은은 벌떡 일어서려다 다리에 힘이 풀려 비틀거리며 간신히 벽을 짚은 채 겨우 몸을 지탱했다. 가슴이 조여 오는 가운데 그녀는 메마른 목소리를 억지로 끌어내어 말을 꺼냈다. “의사 선생님... 그 사람, 괜찮나요?” 자신의 목소리가 얼마나 메말라 있었는지 그제야 깨달았다. “목숨은 건졌습니다.” 의사는 간단명료하게 말했다. “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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