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화
말을 마친 뒤 도유환은 바닥에 쓰러진 남자도, 주변의 놀란 눈빛을 한 사람들도 신경 쓰지 않고 입 간수를 잘하라는 말만 남기고 똑같이 놀라서 넋이 나간 정해은을 데리고 기괴한 고요함 속에서 성큼성큼 걸어 자리를 떠났다.
도유환은 인생에서 처음으로 중요한 자리에서, 그것도 많은 사람들이 있는 자리에서 이성을 잃었다.
그리고 그 이유는 다른 사람이 정하루를 희롱하는 말을 했기 때문이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차 안 분위기는 매우 가라앉아 있었다. 정해은은 겁을 먹은 것인지 한참 뒤에야 조심스럽게 암시하듯 말했다.
“유환 씨... 오늘 아주머니께서 또 전화하셔서... 우리 언제 결혼할 거냐고 여쭈시던데... 유환 씨는 언제쯤이 좋아요?”
도유환은 창밖의 빠르게 바뀌는 풍경을 바라보면서 관자놀이를 주무르더니 쉽게 알아챌 수 없는 피곤함과 무신경함이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요즘 해외 회사 인수 건 때문에 많이 바빠. 시간 생기면 그때 다시 얘기하자.”
정해은은 눈빛이 어두워지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깊은 밤, 도유환은 홀로 서재에 있다가 귀신에 홀린 듯 휴대폰 속 숨김 처리가 된 사진들을 보았다.
그 안에는 아주 짧은 영상이 저장되어 있었다. 그것은 몇 년 전 친구 생일 파티에서 사람들이 정하루에게 노래를 부르라고 야단을 떨던 영상이었다.
정하루는 대범하게 단상 위로 올라가더니 마이크를 빼앗아 빠른 템포의 댄스곡을 불렀다.
영상 속 정하루는 활력이 넘쳤고 그녀의 미소는 여름날 햇살 같았으며 눈빛은 매력적이었다. 정하루는 마치 활활 불타오르는 불길처럼 순식간에 조금 어둡고 소란스럽던 룸 안을 환히 밝혔다. 그리고 그 순간 그의 어둡던 마음도 환히 밝혀지는 것만 같았다.
그 영상은 언제 저장했던 걸까?
도유환 본인조차 기억하지 못했다.
영상 속 자신만만한 모습의 정하루와 지금의 고인 물과 같은 자신의 지루한 삶을 비교하는 순간, 도유환은 마치 보이지 않는 손이 심장을 옥죄는 것만 같이 질식할 것 같은 괴로움을 느꼈다.
그는 영상을 끈 뒤 휴대폰을 엎어 놓았다. 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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