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화
늦가을, 낙엽이 떨어지며 도로가 노란빛으로 물들었다.
정하루는 보드라운 캐시미어 소재의 케이프를 몸에 두르고 따뜻한 햇살이 쏟아져 들어오는 통유리창 앞에 앉아서 새로운 영화 대본을 읽고 있었다.
배인호는 책상다리를 하고 러그 위에 앉아 노트북으로 회사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다. 그는 이따금 고개를 들어 부드러운 눈빛으로 정하루를 바라보았다.
평온하면서도 온화한 분위기는 노트북에 갑자기 뜬 기사 때문에 파괴되었다.
[국내 유명 기업 태신 그룹 회장 정명진 횡령, 탈세 혐의로 경찰에 체포]
[태신 그룹 주가 폭락, 파산 앞둔 상태]
[태신 그룹 파산 이유, 거대한 자본의 움직임 때문?]
굵은 글씨체로 적은 제목은 그 내용이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정하루는 화면을 넘기려다가 멈칫하며 기사 속 사진을 보았다.
기자들에게 둘러싸인 정명진은 수척하고도 꼴사나운 모습을 하고 있었고 손에는 쇠고랑을 차고 있었다.
정하루의 얼굴에는 아무런 파문도 일지 않았다. 마치 자신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낯선 자를 바라보는 듯한 시선이었다.
배인호는 노트북을 내려놓고 정하루의 곁으로 걸어가 자연스럽게 그녀의 어깨를 끌어안으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괜찮아?”
정하루는 고개를 끄덕이며 엷은 미소를 지었다.
“당연히 괜찮지.”
무서울 정도로 평온한 어투였다.
그 뒤로 태신 그룹에 관한 기사로 인터넷이 떠들썩했다.
임선경은 몰래 숨겨두었던 재산을 챙겨 해외로 도피할 생각이었으나 공항에서 잠복해 있던 형사들에게 덜미를 잡혔다.
그리고 정해은은 부모님이 감옥에 가고 집은 파산한 상황에서 결국 완전히 무너졌다.
그녀는 도유환을 찾아가 그가 옛정을 봐서라도 자신을 도와주길 바랐으나 도유환의 비서가 그녀가 정문 그룹에 들어오지도 못하게 막아서서 도유환의 얼굴을 보지도 못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가장 믿음직스럽던 남자가 지금은 그녀를 불구덩이로 밀어 넣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정해은이 완전히 미쳐서 교외에 있는 정신병원으로 옮겨졌다는 기사가 났다.
파파라치가 찍은 사진 속 정해은은 환자복을 입고 공허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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