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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서유진에게 밀쳐진 송여진은 바닥에 나동그라졌고 부서진 자갈이 손바닥에 박혀 너무 아팠다. 몸을 일으키기도 전에 주지한이 미친 듯이 월계화 꽃밭으로 달려가더니 아픔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처럼 가시덤불을 마구 헤치기 시작했다. 다시 나왔을 때 주지한은 온몸이 상처투성이였지만 서유진은 보호를 받고 크게 다치지 않았다. 주지한은 더 다쳤음에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서유진의 몸에 난 작은 상처를 보고 당황했다. “유진아, 아파? 더 다친 데는 없어? 의사, 의사 불러요.” 서유진이 눈시울을 붉히며 고개를 젓더니 입술을 앙다물었다. “나는 괜찮아. 누가 반지를 안에 던져버려서 찾으러 들어갔다가 넘어진 거야.” 그러더니 눈물을 뚝뚝 떨구며 말을 이어갔다. “지한아, 나는 여기 있기 싫어. 섬으로 돌아가면 안 돼? 너무 무서워...” 주지한은 아무것도 없는 서유진의 손을 보고 표정이 어두워졌다. “누가 그랬어?” 서유진은 겁에 질린 표정으로 송여진이 선 쪽을 바라봤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억울함과 두려움이 묻어나는 눈빛이 모든 걸 설명해 줬다. 주지한의 차가운 눈빛이 칼날처럼 송여진의 심장을 후벼팠다. 다만 지금은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었다. “나 의심하는 거예요?” 주지한이 대답하지 않아도 송여진은 모든 걸 알아채고 갈라진 목소리로 물었다. “나는 그럴 이유가 없어요.” “있는지 없는지는 본인이 제일 잘 알겠죠.” 주지한이 걱정 어린 눈빛으로 서유진을 안고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가다가 송여진을 지나치며 걸음을 우뚝 멈췄다. 송여진의 마음속에 희망이 불꽃이 타오르는데 얼음장처럼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가 던졌으면 누가 찾아오는 게 맞지 않아요?” 송여진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뒤에 선 보디가드들이 송여진을 월계화 꽃밭으로 던졌다. 날카로운 가시가 피부를 뚫고 들어가자 고통이 온몸을 덮쳐 미친 듯이 몸부림치며 벗어나려는데 보디가드가 발로 걷어찼다. “송여진 씨, 포기해요. 반지를 찾기 전까지는 절대 이곳을 떠날 수 없을 거예요.” 아무 온기도 없는 보디가드의 목소리에 송여진의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시야가 흐릿해지는데 눈앞에 예전의 주지한이 보이는 것 같았다. 16살의 주지한은 교복을 입고 있었는데 피투성이가 되었음에도 눈이 부시게 활짝 웃었다. 송여진은 구급차를 부르며 그런 주지한을 나무랐다. “너 바보야? 혼자 열댓 명을 어떻게 상대해? 도망가도 모자랄 판에 왜 센 척이야.” 주지한은 너무 아파 표정을 찡그리면서도 위로를 멈추지 않았다. “여진아, 앞으로 내가 있는 한 감히 너를 괴롭힐 사람은 없을 거야.” 다시 지금, 이제 송여진을 괴롭힐 수 있는 사람은 주지한 뿐이었다. 눈물을 닦아낸 송여진은 어쩔 수 없이 가시덤불을 헤치고 들어가 반지를 찾기 시작했다. 가시가 살을 갈라 피가 스며 나왔지만 이제 그 아픔에 적응했는지 덤덤한 표정이었다. 주지한은 창가에 서서 차가운 눈빛으로 가시덤불을 헤치는 송여진을 내려다보며 본능적으로 주먹을 불끈 쥐었다. 아주 잠깐 가슴이 찢어질 것처럼 아팠지만 결국 행동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동이 트고 햇살이 송여진의 몸을 비춰서야 비로소 그 반지를 찾을 수 있었다. 몸은 상처투성이가 되었지만 피딱지가 말라붙어 더는 피가 나지 않았다. 멍한 표정으로 별장에 들어가는데 송여진을 발견한 두 사람이 대화를 멈췄다. 서유진이 뒤로 숨자 주지한이 미간을 찌푸리며 반지를 건네받았다. 그러다 송여진의 손을 뒤덮은 상처를 보고 심장이 철렁했지만 입을 앙다물고 이렇게 말했다. “다시는 유진을 괴롭히지 마요. 함께 지낸 시간을 생각해서 누나라고는 부를게요.” 송여진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몰라서 묻는 거예요?” 주지한이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요새 도우미가 자꾸 내 앞에서 예전 일을 꺼내는데 송여진 씨, 정말 우리 형 약혼녀 맞아요?” 주지한도 그날 밤 도우미들이 토론하는 걸 들은 것 같았다. 그래서 송여진이 일부러 서유진을 괴롭힌다고 생각한 것이다. 송여진이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주지한이 귀찮다는 듯 말했다. “송여진 씨, 우리가 예전에 어떤 사이였든 지금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오직 유진이에요. 한 번만 더 유진을 괴롭히다가 발각되는 날에는 오늘처럼 그냥 넘어가지는 않을 거예요.” 말이 끝나기 바쁘게 주지한은 역겹다는 듯 반지를 창문 밖으로 던져버렸다. “더러워진 물건을 유진에게 줄 수는 없으니 하나 더 제작할 생각이에요.” 송여진은 지금 기분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 그저 더는 주지한에게 짐이 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덤덤하게 방으로 돌아가 상처를 처리한 송여진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주지한의 부모님과 식사까지 하고 침대에 누웠다. 의심과 역겨움이 잔뜩 묻어나던 주지한의 표정이 머릿속을 맴돌아 가슴이 바늘로 콕콕 찌르는 것처럼 너무 아팠다. 다시 찾아온 반지를 꽉 움켜쥔 송여진은 눈물로 베개 커버를 적시며 중얼거렸다. “주지한, 보고 싶어.” 송여진은 하루 종일 방에서 자다가 깊은 밤 별장에 울려 퍼진 도우미의 비명에 잠에서 깼다. “불이야. 불이야.” 송여진이 문을 열었다가 하늘로 치솟을 듯한 불길을 보고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순간 불길로 뒤덮인 쇼핑몰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었다. 그날 송여진은 주지한이 그녀를 구하려고 불에 뛰어들었다가 화마에 사로잡히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삐익. 이명에 송여진은 발이 바닥에 박힌 것처럼 움직일 수가 없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서유진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한아, 가지 마. 아까 나 구한다고 이미 다쳤잖아. 그러다 무슨 일 생기면 나는 어떡해. 여진 언니 이미 나갔을 수도 있잖아.” 송여진이 정신을 차리는데 누군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송여진 씨.” 고개를 들어보니 활활 타오르는 불길을 뚫고 주지한이 달려오는 게 보였다. 그 모습이 소년 시절의 주지한과 겹쳐 꿈인지 현실인지 구별하기 힘들었다. “송여진 씨, 어디 있어요?” 송여진이 힘껏 소리를 질렀다. 주지한의 품에 안겨 밖으로 나와서야 송여진은 얼굴이 눈물범벅이 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시야가 흐릿해지는데 주지한의 다급한 표정이 눈에 들어왔다. ‘주지한, 3년 전에 이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때 서유진이 달려와 주지한을 꼭 끌어안더니 송여진을 돌아보며 억울한 표정으로 말했다. “언니, 반지를 던진 것도 그냥 넘어갔는데 불을 질러요? 이제 뱃속에 지한의 아이도 있는데 무슨 일이라도 나면 혼자 남은 지한은 어떡하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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