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화 짐승보다 못한 인간
“지은아, 왜 이렇게 많이 주문했어... 다 먹을 수 있겠어?”
손아영은 입꼬리를 어색하게 올리며 화를 꾹 참아냈다.
그러자 그녀의 앞에 앉아 부위별로 딱 한점씩만 맛보던 신지은이 이내 다 먹었다는 듯 입을 닦으며 손아영을 향해 웃어 보였다.
“남기면 되지. 내가 요즘 기분이 별로라 식욕이 확 줄었거든. 그래서 부위 별로 시켜서 조금씩 맛만 본 거야. 왜, 뭐 문제 있어?”
손아영은 발끈하려는 듯 테이블을 꽉 말아쥐었다가 극강의 인내심을 발휘하며 다시 미소를 지었다.
“아무 문제도 없지. 네 화를 풀어줄 수만 있다면 나는 오늘 파산해도 좋아.”
굳이 파산이라는 말을 쓴 건 신지은의 동정심을 자극하기 위해서였다. 전부터 아주 유용하게 써왔던 필살기 중 하나였으니까.
하지만 신지은의 얼굴에는 그 어떤 표정 변화도 없었다.
‘내가 전처럼 죄책감을 느끼고 자기한테 다 퍼줄 줄 아나 보지? 그게 산전수전 다 겪고 한번 죽어버리기까지 한 나한테 통할 리가 없잖아.’
신지은은 미소를 지으며 손아영의 앞에 놓인 스테이크를 한번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얼굴로 물었다.
“그런데 넌 왜 안 먹어? 혹시 배 안 고파?”
손아영은 할 수만 있다면 신지은의 머리채를 쥐고 미친 듯이 흔들어버리고 싶었다.
‘내 1년 연봉과 맞먹는 한 끼인데 식욕이 돌 리가 없잖아!’
그녀가 스테이크에 포크 한번 대지 않고 있는 건 혹시라도 계산할 때 돈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들을 수도 있을까 봐서였다.
손아영은 잔뜩 허기진 배를 매만지며 침만 꼴깍꼴깍 삼켰다.
사실 그녀는 아주 쉽게 생각하고 있었다. 예전처럼 예쁜 말 몇 마디 해서 달래주면 신지은은 금방 풀릴 거라고 생각했다.
심지어 반대로 그녀에게 사과하는 모습까지 상상했었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못 이기는 척 사과를 받아주며 다시 신온 별장으로 들어가 전처럼 호화스러운 생활을 보낼 생각이었다.
그래서 아침도 거르고 달려온 것인데 상황이 예상했던 것과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신지은은 손아영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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