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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화 인호 오빠, 미안해

약을 다 바른 뒤에도 문찬은 서둘러 나가지 않았다. 그는 잔뜩 굳은 얼굴로 서 있는 강인호를 바라보다 이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짐작하고는 조심스레 말했다. “인호야, 지은 씨 깨어나면 한번 물어봐. 혹시라도 지은 씨가 말하기 싫어하면 억지로 캐묻지 말고 조용히 알아보는 게 나을 거야.” 그리고 그는 의료 가방을 정리하며 차분히 말을 이었다. “그리고 가능하면 믿을 만한 심리상담사를 붙여. 이런 건 방치하면 갈수록 상태가 심해진다.” 강인호도 그 말이 옳다는 걸 알고 있었다. “아는 사람 있어?” “몇 명 있긴 한데 아주 친하진 않아. 집에 돌아가서 자료 정리해서 메일로 보낼게.” 문찬이 그렇게 말하며 가방을 덮었다. 그가 이제 나가려 하자 강인호가 무언가 생각난 듯 낮은 목소리로 불렀다. “소독약이랑 면봉은 두고 가. 그리고 너희 병원에 효과 좋은 흉터 연고 있지? 내일 열 통만 보내줘.” “열 통?” 문찬이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야 인호야, 그거 얼굴에 팩으로 바를 거야? 그리고 너 원래 외모 신경 쓰는 성격 아니잖아? 해외에서 피습당했을 때 다리에 그렇게 큰 상처 남았는데도 ‘남자한테 상처는 훈장이야’ 하면서 약도 안 바르더니.” 그는 손으로 상처의 길이를 길게 표시하며 혀를 찼다. 강인호는 그런 문찬의 호들갑스러운 모습에 잠시 눈을 돌려 침대 위 여인을 바라보더니 이내 낮고 단호하게 말했다. “조용히 해.” 그러자 문찬은 입을 닫고 두 손을 들어 보이며 작게 중얼거렸다. “오케이. 오케이.” 잠시 후 강인호가 덧붙였다. “그 약은 내가 쓰려는 게 아니야. 지은이 몸에도 긁힌 자국이 좀 있어서.” “알겠어.” 문찬은 고개를 끄덕이며 소독약과 면봉을 두고 나갔다. 방 안은 다시 고요해졌고 강인호는 소독약을 들고 침대 옆에 앉았다. 그는 신지은의 가운 매듭을 조심스럽게 풀고 붉게 긁힌 자국이 가득한 피부를 바라보며 눈에는 말로 다 못 할 고통과 연민이 비쳤다. 잠시 후 입술을 꼭 다문 그는 섬세하게 상처 위를 닦기 시작했다. 소독약이 닿자 신지은은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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