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7화 신지은이 남으면 그도 남는다
강인호는 멀리서 강석태와 눈이 마주치자,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짐작했다.
하지만 그는 강석태의 뜻에 따를 생각은 없었고 담담히 말했다.
“할아버지께서 괜찮으신 것 같으니, 그럼 저희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거실엔 강석태의 이를 악무는 듯한 낮은 호통이 울려 퍼졌다.
“강인호, 너 정말 저 여자 때문에 나랑 맞서겠다는 거냐?”
“할아버지, 오해입니다. 저는 그저 오늘 가족 모임에서 할아버지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싶지 않을 뿐입니다.”
강인호는 담담히 변명했지만, 그의 태도는 이미 분명했다.
신지은이 남는다면, 자신도 남겠다는 뜻이었다.
그 말의 뜻을 알아챈 강석태의 이마에 파란 혈관들이 불거졌다.
겨우 가라앉았던 호흡이 다시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할아버지와 손자가 또 한바탕 다툴 기세가 되자, 강현우는 오늘 모임의 목적을 떠올리며 급히 중재에 나섰다.
“아버지, 밥 한 그릇 더 올리는 게 뭐 인호랑 다툴만한 일입니까? 인호랑 식사한 지도 오래됐다고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강석태는 그를 흘겨보았다.
큰아들이 이렇게 나서서 강인호 편을 들 줄은 생각지도 못한 눈치였다.
하지만 강현우의 말이 틀린 건 아니었다. 정말 오랫동안 강인호와 함께 식사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오늘 밤엔 중요한 일도 남아 있었다.
잠시 생각하던 강석태는 냉큼 헛기침 하며 말했다.
“집사, 밥은 아직 안 됐나?”
“강 회장님, 이미 다 준비되었습니다. 식당으로 가시면 됩니다.”
집사가 공손히 보고하자, 강석태는 마지못해 가는 듯 지팡이로 강현우의 종아리를 툭 쳤다.
“밥 됐다는 말 안 들리냐? 얼른 일어나.”
강현우는 반사적으로 물러서며, 냉랭한 얼굴로 자신을 비켜 지나가시는 아버지를 바라봤다.
그리고 잠시 멍하니 서 있다가 깨달았다. 강석태가 한발 물러선 것이다. 그는 곧 강인호를 향해 말했다.
“강인호, 네 할아버지가 너희가 남는 걸 허락하셨다. 신지은 씨를 데리고 식당으로 가거라.”
그 말을 남기고는 아내와 아이를 데리고 먼저 나갔다. 강지아도 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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