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화
곧 성지원은 후회했다.
자신이 두 대의 냉장고 사이에 앉아 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부자는 식사 내내 한 마디도 나누지 않았고 그 분위기는 말할 수 없이 어색했다.
앞으로 계속 이런 삶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성지원은 벌써 답답해졌다.
하지만 하도하는 어딘가 귀족적인 기품이 느껴져 그가 식사하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흐뭇할 정도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시각적으로는 꽤 즐거운 저녁이었다.
저녁 식사가 끝난 뒤 성지원은 무심코 벽에 걸린 시계를 보았다.
어느덧 밤 11시였다.
‘이 부자는 진짜 배고픔도 잘 참네.’
하루 종일 성질을 부렸으니 하우주도 지친 모양이었다.
하도하가 아이를 안고 목욕을 시키러 가려 했지만 아이는 성지원의 손을 꼭 잡고 놓지 않았다.
성지원이 몇 번이고 안 떠난다고 약속하자 하우주는 그제야 작은 손을 놓았다.
“두 사람, 평소에도 이렇게 생활이 불규칙한가요?”
성지원이 뒤를 돌아보며 백 집사에게 물었다.
백 집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죠. 그래서 여사님이 그렇게 급하게 안주인을 들이려 했던 거예요. 이 부자를 다스릴 사람이 필요했거든요.”
‘두 사람을 다스린다고? 아이는 그나마 가능하겠지만 하도하를 다스린다고? 간이 열 개라도 못 하겠다.’
“집사님, 하우주에 관해서 얘기해 주실 수 있을까요?”
성지원은 작고 말도 잘 안 하는 그 아이가 도대체 어떤 사연을 가진 건지 몹시 궁금해졌다.
“물론이죠. 다만 저도 아는 게 많지는 않아요. 반년 전쯤에 도련님이 아이를 데리고 왔어요. 그전까진 여사님도 그렇고 누구도 아이의 존재를 몰랐어요.”
백 집사는 기억을 더듬으며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작은 도련님은 성격에 결함이 있어요. 말도 안 하고 늘 혼자 방에만 틀어박혀 있죠. 아무 이유 없이 갑자기 화를 내기도 하고 물건을 집어 던지거나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심할 땐 자해까지 해요.”
‘자해까지 한다고? 상태가 정말 심각하네.’
놀란 성지원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심리 상담은 받게 했나요?”
백 집사는 깊은 한숨을 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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