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5장
안여정은 시선을 내린 채 몸에 두른 숄을 잡아당기며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말했다.
“들어오라고 해요. 저러다 문 앞에 쓰러지면 내가 직접 들고 들어와야 하잖아요.”
말을 마친 후 더 이상 밖을 보지 않고 덤덤하게 뒤돌아 거실 소파에 앉아 사람이 들어오기를 기다렸다.
지금 이런 상황에서도 강이준이 무슨 말을 할 수 있을지 두고 볼 생각이었다.
김건국이 문을 열자 강이준의 몸이 살짝 흔들렸고, 그는 넘어지지 않으려고 본능적으로 옆의 난간을 잡았다.
“선생님...”
잠긴 그의 목소리는 사포에 갈리는 펜 끝처럼 거칠어서 듣기 불편했다.
입술은 수분을 잃은 탓에 건조해져 잔뜩 갈라져 있었다.
김건국은 그가 이시연 때문에 왔다는 것을 짐작하고는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이럴 거면서 애초에 왜 그랬는지.
“일단 들어와서 얘기해. 집사람도 안에서 기다리고 있어.”
강이준은 힘겹게 고개를 끄덕이며 무거운 발걸음으로 걸어가는 모습이 나이 든 노인보다 더 거동이 불편해 보였다.
들어서자마자 단아하고 기품 있는 안여정의 차갑고 덤덤한 시선을 마주했고 그녀는 늘 그렇듯 한복을 입은 채 희끗희끗한 흰머리가 오히려 우아함과 지성을 돋보이게 했다.
강이준은 재빨리 그녀의 앞으로 걸어가 무릎을 굽히며 경건하게 꿇고 앉아 갈라진 목소리로 고개를 깊게 숙인 채 말했다.
“사모님, 제발 도와주세요.”
안여정은 시선을 내려 볼품없는 상대를 바라보았다. 그토록 오만하고 당당하게 절대 후회하지 않을 거라고 말하던 때와는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보여 그녀는 가볍게 코웃음을 치며 차갑게 물었다.
“강이준, 후회하지 않을 거라며? 지금 뭐 하는 거야?”
“사모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다 제 잘못이에요. 한 번만 도와주세요, 네?”
고개를 든 그의 얼굴에서 눈물이 쉬지 않고 흘러내렸다.
“시키는 대로 다 할게요. 다른 것 다 필요 없이 이시연만 있으면 돼요.”
이시연과 육성재가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나란히 서 있는 모습만 생각해도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
안여정이 자리에서 일어나 침울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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