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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화

박윤성은 한참 지켜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눈동자가 어두워지더니 나를 끌고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그렇게 나는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박윤성의 손에 이끌려 무대에 올라섰다. 그가 도대체 무슨 이유로 이러는지 몰라 어떻게든 뿌리치려했지만 그럴수록 그는 내 손을 더 으스러지게 잡았다. “이거 놔. 도대체 뭐 하자는 거야.” 그는 내 질문에 답하지 않고 아래 선 사람들에게 말했다. “이 사람은 내 와이프 송지연입니다.” 쥐 죽은 듯이 고요한 현장에서 사람들이 하나둘 고개를 들었다. 조민서가 내 쪽으로 고개를 홱 돌리더니 무섭도록 어두운 표정을 하고는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박윤성은 그런 조민서를 보지 못한 듯 소개를 이어갔다. “내성적이라 말주변이 별로 없어서 공식 석상에서 소개한 적이 없는데 이번 기회를 빌려 소개하려 합니다.” 아래 선 사람들은 움직일 엄두를 내지 못하고 숨을 꾹 참았다. 고인우가 착잡한 표정으로 나를 힐끔 바라보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숙인 채 술만 연거푸 들이켰다. 나는 자기도 모르게 손을 뿌리치려 했지만 박윤성은 힘을 풀기는커녕 깍지를 끼고 아래에 있는 조민서를 바라봤다. “민서는 어릴 적부터 함께 자랐고 늘 친동생으로 생각했습니다.” 박윤성이 한마디 할 때마다 조민서의 표정이 한층 더 어두워졌다. 소개가 끝나자 그녀의 표정은 잿빛이 되었지만 나는 그런 그녀를 보고도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 ‘무슨 소용이 있다고.’ 두 사람은 남매 사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던 조민서는 박윤성이 직접 남매 사이라고 선포한 지금 오히려 나라 잃은 표정을 지었다. 그런 걸 봐서는 고단수는 아닌 것 같았다. 순간 나는 심장이 철렁했고 저릿한 느낌에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는 가슴을 부여잡았다. 스물다섯이 된 송지연이 느낀 감정인지 몰라도 이날을 손꼽아 기다렸던 것 같았다. 박윤성이 직접 그녀의 신분을 인정하고 모든 사람에게 그녀를 와이프라고 소개하며 조민서와 그렇고 그런 사이가 아니라 남매라고 인정하는 날을 말이다. 스물다섯의 나는 참으로 비굴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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