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화
내가 그를 거부하는 건 누가 봐도 분명했다. 내가 손을 뿌리치자 박윤성의 눈동자에는 순간 폭풍이 이는 듯한 기류가 스쳤다.
그는 눈을 한 치도 떼지 않은 채 나를 바라봤고 우리 사이에는 차가운 침묵과 냉기가 감돌았다.
그때 조민서가 갑자기 미안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죄송해요, 지연 씨. 그날 물에 빠진 시간이 너무 길어서 다친 거라면 정말 미안해요. 다 제 탓이에요. 그날 오빠가 저를 먼저 구하지 않았더라면 지연 씨도 병원까지 가지는 않았을 텐데...”
그녀는 한숨을 쉬며 걱정 가득한 눈빛으로 덧붙였다.
“물을 많이 들이켠 건 절대 가볍게 보면 안 돼요. 오빠랑 같이 다시 병원 가봐요.”
하지만 그녀가 수영장 얘기를 꺼낸 순간 그날의 굴욕이 뇌리를 스쳐 나는 그녀의 손을 단호하게 뿌리치며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필요 없어요.”
그러고는 그녀 뒤편에 서 있던 박윤성을 바라보며 또박또박 말했다.
“이혼 협의서랑 퇴직 신청서에 잊지 말고 사인해.”
그 말을 끝으로 나는 단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
박윤성의 사무실을 나선 뒤 나는 소은하에게 간단히 인사만 건네고 곧장 병원으로 향했고 상처를 치료받고 붕대를 감은 뒤 문득 뭔가 떠올라 의사에게 물었다.
“오늘 저한테 전화한 사람이 혹시 선생님인가요?”
“왜 그러시죠?”
그 의사는 젊고 차분한 인상이었으며 성격도 무척이나 담담해 보였다.
그는 마스크를 벗고 젊고 또렷한 얼굴을 드러내고는 차분한 눈동자로 냉정하게 나를 응시했는데 그 눈빛 하나만으로도 괜히 마음이 가라앉았다.
“제 전남편이 전화를 걸었거든요. 앞으로 제 병 관련해서는 그 사람한테 알리지 말아 주세요.”
그렇게 말하자 그는 의미심장하게 눈썹을 한 번 치켜올렸다.
“이게 또 무슨 수작이죠?”
“네?”
나는 순간 얼어붙었고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는 느릿하게 내 앞으로 다가오더니 나를 내려다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그럴 여유는 없어요. 전화는 제가 아니라 제 조수가 했고요. 당신 손목 상처가 꽤 깊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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