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3화
나는 그제야 한시름 놓을 수 있었지만 그래도 무서워 벽에 바짝 붙어 섰다. 가볍게 뛰어내린 고인우가 나를 밀며 앞으로 걸어갔다.
“빨리.”
고인우가 재촉하자 나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미쳤어? 내가 언제 너랑 같이 가겠다고 했어?”
그러자 고인우가 혀를 끌끌 찼다.
“맞든 아니든 이미 여기 서 있잖아. 안 가면 나 간다?”
그러더니 나를 밖으로 밀기 시작했다. 화들짝 놀란 내가 난간을 잡으며 말했다.
“잠깐만.”
어쩔 수 없이 고인우가 시키는 대로 한 걸음 한 걸음 옆으로 옮기는 수밖에 없었다. 옆에서 자꾸만 재촉하긴 했지만 동작은 그렇게 급하지 않았고 오히려 내 동작하게 맞춰 느긋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에 화가 난 나는 고민우를 노려봤다.
“도대체 어디 데려가려는 건데?”
“도착해보면 알아.”
그렇게 천천히 옆으로 움직이는데 고인우 부모님의 안방 테라스에 도착했는지 안에서 고인우 아버지의 화가 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인우 이러다 언젠간 망가지고 말 거야.”
창문이 열려있어 방음이 그렇게 좋지 않았기에 그들이 나눈 대화가 그대로 귀에 들어왔고 고인우도 그 자리에 멈췄다. 나는 입술을 앙다문 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고인우를 바라봤다. 퀭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았지만 초점이 없었다.
“그렇게 말하지 마요. 인우 그래도...”
설미정의 목소리였다.
“이미 대단해요. 마이홈도 해성시에서 제일 큰 영업장이라고 들었어요. 그저 가업을 물려받기 싫었을 뿐이에요.”
“가업을 물려받지 않으면 누가 회장이 되겠어? 다른 사람에게 넘겨줄까?”
고준호가 소리를 버럭 질렀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내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는지 알아? 내 아들이면 진작 책임을 짊어져야지. 정말 윤성이랑은 비길 수 없는 놈이야. 만현 그룹이 얼마나 큰 기업인데 벌써 혼자 힘으로 척척 해내잖아. 인우는 술집이나 운영하려고 하는데.”
설미정이 한숨을 내쉬었다.
“방법이 없잖아요. 인우도 잘하고 있는데 왜 그렇게 윤성이랑 비교하는 거예요?”
“비교하면 어때서? 윤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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