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4화
“지금 제일 시급한 문제는 일단 윤성이를 잡아두는 거야.”
한참 지나 고준호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상황을 봐서는 민서가 그 돌파구일 것 같아.”
“민서는 어릴 적부터 알고 지내서 성격이 어떤지 잘 알아요. 우리를 너무 몰아가진 않을 거예요. 게다가...”
설미정이 잠깐 멈칫하더니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윤성이 앞이라 그렇게 제멋대로 굴지는 않을 거예요.”
고준호가 대답하더니 갑자기 뭔가 떠올랐다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윤성이 처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아도 되겠지?”
설미정이 고개를 저었다.
“이 바닥에서 두 사람이 쇼윈도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잖아요. 윤성이가 왜 뜬금없이 듣도 보도 못한 서민 여자애를 데려왔는지는 모르겠지만요.”
이 말에 어이가 없어진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서민 여자애? 사람에게 귀천이 어디 있다고.’
하지만 크게 놀랄 일은 아니었다. 신분이 모든 걸 대변하는 이 바닥은 늘 일반인을 무시했다. 내가 놀란 건 이 사람들의 민낯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박윤성과 결혼한 나 자신이었다. 18살의 나는 그렇게 비굴하지 않았기에 존중받지 못하는 곳에 비집고 들어가려 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무리 사랑이라 해도 용납할 수 없었다. 계속 듣고 있는데 아니나 다를까 나에 대한 비아냥이 들려왔다. 동정으로 감싸긴 했지만 그 속은 의심할 여지없는 조롱이었다.
“아이고, 윤성이 처도 불쌍하긴 해요. 윤성이 처로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 말이에요.”
“더러운 수작으로 그 자리까지 갔을 수도 있지.”
고준호가 말했다.
“신경 쓸 필요 없어. 눈이 달린 사람이면 박씨 가문에서 민서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거야.”
설미정이 고개를 끄덕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아무리 그래도 윤성이 처는 따로 있는데 명분을 줬으면 잘해줘야지 이게 뭐예요.”
고준호가 미간을 찌푸리며 설미정을 바라봤다.
“나 들으라고 하는 소리야?”
“그럴 리가요.”
설미정이 차갑게 웃었다.
“그래도 당신은 내 체면을 살려주고 난처하게 한 적 없잖아요. 밖에서 애를 데려오지 않은 것만으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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