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4화
그 말에 거실 안에 있던 사람들의 표정이 일제히 미묘하게 일그러졌다.
‘우리 대표님이 여린 사람이라고?’
‘내가 뭘 어쨌다고 쟤가 저러는 거지?’
늘 무뚝뚝하고 냉정하기만 하던 박진호의 얼굴에 아주 잠깐 미세한 만족감이 스치듯 지나갔다.
그때, 유영호의 차가운 목소리가 현실로 그를 끌어당겼다.
“이렇게 날 찾은 이유가 뭡니까?”
박진호는 조용히 차를 한 모금 마신 뒤, 낮고 단단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제 아내가 여기서 4일이나 문전박대를 당했습니다. 요즘은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잠도 못 자고 마음도 많이 지쳐 있어요.”
유영호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래서 지금 대신 나서신 겁니까?”
그는 비웃듯 차가운 눈빛을 내비쳤다.
“박 대표님. 제가 당신 체면을 봐주는 이유는 단 하나, 당신이 내 아들의 목숨을 구해준 은인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오늘 심민아 대신 나를 설득하러 온 거라면 그만 돌아가 주시죠.”
유영호는 당시 그 끔찍했던 교통사고가 떠올랐다.
박진호가 전문 의료팀을 제때 불러오지 않았다면 유민재는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고 그 은혜만큼은 유영호도 잊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일은 다르다. 그건 감정의 문제가 아니었다.
박진호는 조용히 찻잔을 내려놓고 정중하게 말했다.
“유 이사님. 저는 당신이 심하 그룹으로 돌아와 주셨으면 합니다.”
유영호는 한동안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지금 이 나라에서 권력과 영향력으로 손꼽히는 박진호가 자신에게 고개를 숙여 부탁하다니.
하지만 그는 잘 알고 있었다.
박진호가 자신을 예우하는 이유는 단지 심씨 가문의 그 두 사람의 체면을 위한 것이었다.
유영호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저는 다시는 회사로 돌아가지 않을 겁니다. 제 가족을 또다시 위험에 빠뜨릴 순 없어요.”
“3년 전, 내가 탄원서를 써줬을 때,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마지막 배려였어요.”
박진호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를 표했지만 그의 저울추는 언제나 심민아 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지금의 민아는 6년 전의 기억을 모두 잃었습니다. 예전과 완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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