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4화
박진호는 재빨리 그 애매한 방울을 옷깃 안으로 숨기고 문을 열었다.
하지만 문밖에 서 있는 사람은 심민아가 아니라 호텔의 여자 지배인이었다.
“박 대표님, 가면을 쓴 한 여성분이 급한 일이 생겨서 오늘은 못 올 것 같다고 전해달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이 국화차도 드리라고 하셨어요.”
지배인은 이 펜트하우스에 머무는 남자가 경안시 정, 재계의 거물 박진호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그녀는 일부러 화장을 다시 하고 오늘 막 산 검정 스타킹으로 갈아입었다.
마침 박 대표가 기다리던 여자가 오지 않는다고 하니, 혹시 오늘 그 빈자리를 자신이 대신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은근한 기대가 마음속에 피어났다.
그녀가 조심스럽게 한 발 안으로 들이려던 순간, 쾅 하고 문이 닫혔다.
놀란 그녀가 아직 반응도 하기 전에, 문이 다시 열렸다. 박진호는 그녀 손에 들린 국화차만 덥석 받아 들곤 말 한마디 없이 다시 문을 닫아버렸다.
혼자 테이블에 앉아 국화차를 마시던 박진호는 왠지 모르게 쓸쓸했다.
“정말 일이 있어서 못 온 걸까, 아니면 그냥... 날 피하고 싶은 걸까?”
잡념을 떨쳐내려 그는 그녀가 선물한 만년필을 꺼내 들고 편지지 위에 무언가를 적기 시작했다.
“반성문.”
한편, 심민아는 임미정에게서 한 통의 문자를 받았다.
[박진호의 첫사랑에 대한 단서를 찾았어.]
사실, 그녀는 이미 가온 호텔 바로 아래까지 도착해 있었다. 그러나 그 문자를 보자마자 발길을 돌려 임미정을 만나러 향했다.
“빨리 끝내면 다시 돌아와 진호 씨를 만날 수 있을 거야.”
경안각은 경안시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이었다. 단 하나뿐인 프라이빗 룸을 예약하는 데만 최소 수천만 원이 드는 이곳은 절대적인 사생활 보호를 보장하며 각 방에는 무희가 배정되어 음악과 춤이 곁들여진 연회를 즐길 수 있도록 꾸며져 있었다.
한 접시에 수십만 원, 한 춤에 수백만 원, 한 병의 와인은 억 단위. 이곳에선 돈이란 단지 허상일 뿐이었다.
중앙 홀에는 웅장한 샹들리에가 천장에서 빛을 쏟아내고 있었고 벽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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