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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4화

정도현은 김윤아의 뱃속에 있는 아이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겼다. 노년에 어렵게 얻은 자식, 그것도 아들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그는 그 생명에 집착에 가까운 관심을 쏟았다. 만약 그 아이를 다치게 한 사람이 정지안이라는 사실이 드러난다면 치르게 될 대가가 얼마나 끔찍할지는 뻔했다. 정민우는 조용히 말했다. “잠시 후 비서가 널 데리러 올 거야. 당분간 해외에 나가 있어. 분위기 좀 가라앉을 때까지 조용히 피해 있어.” 그 말에 정지안의 눈가가 붉어졌다. ‘오빠가 요즘 날 멀리하는 것 같았는데... 그래도 날 걱정은 해주는구나.’ “오빠, 나 아니야. 진짜로 내가 밀지 않았어...” 정지안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그 속엔 분명 죄의식이 섞여 있었다. 사실 그녀는 김윤아를 해치려고 했다. 김윤아가 아들을 가졌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그 아이가 살아 있는 한 정민우는 정씨 가문의 후계자가 될 수 없다고 믿었다. 그래서 일부러 김윤아에게 다가가 친한 척했고 김윤아의 방심을 유도하려 했다. 하지만 김윤아는 정지안을 쉽게 믿지 않았고 그녀는 번번이 기회를 놓쳤다. 그 때문에 정지안은 각오를 단단히 하고 나왔다. 오늘이 아니면 기회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반드시 김윤아의 아이를 없애야 했다. 그래야 정민우가 정씨 가문의 상속자가 될 수 있었고 죽은 어머니를 대신해 복수할 수 있었고 그 지독한 아버지에게도 대가를 치르게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손을 대기도 전에 김윤아는 스스로 균형을 잃고 계단 아래로 굴러떨어졌다. 피가 흘러나왔고 그 순간 정지안은 멈춰 선 채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그렇게 혼란스러운 틈에, 조용히 걸어 나온 사람이 있었다. 바로 심민아였다. 그녀는 침착하게 핸드백을 열어 은침 세트를 꺼냈다. 무슨 상황인지도 파악하지 못한 채 김윤아는 그저 떨고 있었다. 그때 심민아가 그녀의 손을 단숨에 붙잡더니 이어서 열댓 개의 침을 눈 깜짝할 새 경혈 위에 꽂혔다. 이는 출혈을 막고 태아를 안정시키는 응급 침술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구급차가 도착했고 피범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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