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8화
소라희는 도무지 어쩔 줄을 몰랐다.
그 순간, 황민욱이 갑자기 목소리를 높였다.
“나... 몸이 안 좋다고! 남자도 컨디션이라는 게 있거든? 나도 생리 주기 있어! 됐냐?”
“...”
‘남자도 생리 주기가 있다고?’
소라희는 한 박자 늦게 대꾸했다.
“그럼 컨디션 조절 잘하세요.”
소라희는 그렇게 한 마디 툭 남기고는 그대로 돌아섰다.
황민욱은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열이 오를 대로 올라 심장이 뻐근하고 온몸이 쑤시는 기분이었다.
그때 요란한 배기음을 내며 샛노란 람보르기니 한 대가 그의 앞에 멈춰 섰다.
잠시 후, 무심하게 던져진 차 키 하나가 그의 손바닥에 떨어졌다.
고개를 들자 박진호가 서 있었다.
“네 람보르기니 고마웠어. 더 좋은 풀옵션으로 보답하는 거야.”
황민욱은 손안의 키를 바라보았다. 한동안 말이 없다가 문득 무언가 떠오른 듯 물었다.
“박진호, 이렇게 따지면 너 나한테 빚 하나 진 거 아니야?”
박진호는 흘긋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불법적인 건 안 갚아.”
“뒤지고 싶냐?”
황민욱은 분통이 터져 속이 뒤집히는 기분이었다.
“감정적인 것도 안 되냐? 돈 안 들어!”
그때 어디서 나타났는지 육해인이 고개를 내밀었다.
“헐, 황민욱! 너 설마 우리 진호한테 마음 있는 거야?”
“닥쳐! 나 지극히 정상적인 남자거든?”
황민욱은 눈을 치켜뜨며 그대로 육해인에게 발길질을 날렸다.
‘아, 미치겠다. 난 멀쩡한데... 소라희가 정상이 아닌 게 문제지.’
육해인은 잽싸게 몸을 틀어 발길질을 피해냈다.
“뉘 집 따님이 그렇게 불쌍한 처지가 된 건지 들어나 보자. 너한테 찍힌 여자가 누구야?”
“누가 좋아한다고 했냐! 그냥... 그냥 예뻐서 잠깐 반한 거지.”
육해인은 턱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예뻐서 잠깐 그런 여자는 네 인생에 수십은 되잖아. 근데 너, 걔 때문에 이렇게 속 끓인 건 처음 아니냐?”
말없이 고민에 잠긴 듯한 황민욱의 얼굴을 보며 박진호도 약간 놀란 눈치였다.
‘황민욱... 저 지독한 녀석이 진짜 연애라는 감정이라도 느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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