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Open the Webfic App to read more wonderful content

제11화

허소원은 웃음이 터져 나올 뻔했다. ‘내가 그렇게 매력적이었나? 이틀 연속으로 박은성에게 고백을 받다니!’ 무엇보다 이 아이의 표정은 너무나 진지해서 장난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었다. ‘이걸 어떻게 거절해. 게다가 아이 혼자 왔는데 바로 돌려보내는 것도 좀 그렇잖아.’ 잠시 생각하던 허소원은 차마 거절하지 못하고 말했다. “그래, 일단 들어와.” “야호!” 박은성은 기쁨에 겨워 소리쳤다. ‘예쁜 이모가 집에 들여보내 준다는 건 나와 친구가 되어 준다는 뜻일 거야!’ 그는 신난 얼굴로 허소원을 따라 집 안으로 들어갔다. 허소원은 그를 소파에 앉히며 말했다. “잠깐만 여기 앉아 있어. 이모는 세수 좀 하고 올게.” “네! 이모 다녀오세요! 저는 얌전히 기다릴게요!” 박은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정말로 얌전하게 소파에 앉아 있었다. 허소원은 웃으며 씻고 옷을 갈아입으러 들어갔다. 다시 돌아왔을 때, 박은성은 다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소파에서 느긋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얌전히 앉아 있는 그의 얼굴은 박태진을 쏙 빼닮았다. 허소원은 이 상황이 참 기묘하게 느껴졌다. ‘내가 전남편의 아이와 한 지붕 아래서 시간을 보내게 될 줄이야...’ 아침을 못 먹은 허소원은 우유 한 병을 꺼내서 마셨고 박은성에게도 한 병 건넸다. 박은성은 눈을 반짝이며 공손하게 말했다. “고마워요, 예쁜 이모!” 하지만 손에 들고만 있을 뿐 도무지 마시질 않았다. 허소원은 이를 보고 물었다. “이름이 뭐야?” “저의 이름은 박은성이에요!” 박은성은 활기차게 대답했다. 허소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와 진지하게 이야기하기로 마음먹었다. “은성아, 나를 좋아해 줘서 고맙긴 한데 아이 혼자 외출하는 건 위험해. 그러니까 우유 마시고 나면 이모가 너 데려다줄게. 가족들이 널 못 찾으면 걱정할 거야.” 박은성은 그녀가 벌써 자기를 돌려보내려 한다는 사실에 실망한 눈치였다. 그는 풀이 죽은 얼굴로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모, 혹시 저 보기 싫으세요?” “그건 아니야.” 허소원은 단호하게 말했다. “그냥 현실적인 얘기를 하는 거야. 그리고 이모는 오후에 일이 있어서 너랑 오래 못 있어.” 어제 안상혁이 특별한 치료 요청이 있다고 연락이 왔다. 환자 상태가 좀 특이하다는 말에 그녀는 흥미가 생겨 흔쾌히 수락했고 오후에 만나기로 약속까지 잡았다. 그녀의 말을 들은 박은성은 더 슬퍼 보였다. ‘조금 더 함께 있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빨리 나를 돌려보내려 하다니...’ 박은성은 기운 빠진 목소리로 물었다. “이모, 저 조금만 더 있으면 안 돼요? 저 집에 가도 혼자예요.” “혼자라고?” 허소원은 놀란 듯 되물었다. “왜 혼자야? 가족들이 있지 않아?” 박은성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빠는 바빠요. 평소에 거의 일만 하시고 몸도 안 좋아서 문제가 생기면 저를 돌볼 수가 없어요. 할아버지 할머니는 해외에 계시고요. 집엔 저 혼자예요.” 허소원은 이 말을 듣고 더 의아했다. ‘할아버지, 할머니 얘기까지 꺼냈는데 엄마 얘기는 한마디도 없네. 허지유는 아이를 돌보지 않는 건가? 아이가 박태진이 아프다고 얘기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야. 박태진이 아프다고? 그럴 리가. 나와 이혼하기 전까지 박태진의 건강은 아주 좋았는데. 게다가 정말로 아프다 한들 박씨 가문의 권력으로 어떤 명의를 못 구하겠어? 혹시 어젯밤에 통화한 사람이 박태진이 아니었던 걸까?’ 허소원은 참지 못하고 박은성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아빠 이름이 뭔지 알려줄 수 있어?” 박은성은 솔직하게 대답했다. “저의 아빠 이름은 박태진이예요.” 허소원은 그 말을 듣고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역시 틀리지 않았어. 그렇다면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었던 그녀는 결국 생각을 접었다. ‘이미 오래전에 이혼한 사람인데 그 남자가 지금 어떤지 알아서 뭐 해. 더 이상 알고 싶지도 않아.’ 하지만 박은성을 계속 데리고 있을 수는 없었다. 그녀는 잠시 고민한 끝에 말했다. “그럼 이렇게 하자. 이모가 점심까지는 같이 있어 줄게. 같이 밥 먹고 나서 돌아가자, 알겠지?” 박은성은 바로 환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기뻐했다. “네! 고마워요, 예쁜 이모!” 그러고는 허소원에게 다가와 뺨에 살짝 입을 맞추었다. 작고 말랑한 몸과 웃을 때 휘어지는 눈매는 그녀의 딸 가은이와 닮은 것 같았다. 역시 이복남매였다. 박은성과 약속을 마친 허소원은 점심을 준비하러 갔다. 냉장고엔 임시 가정부가 준비해 둔 신선한 식재료가 있어서 마트에 갈 필요는 없었다. 그 모습을 본 박은성은 그녀의 뒤를 따라가며 얼굴에 호기심이 가득 찬 표정으로 말했다. “예쁜 이모! 제가 도와드릴까요?” 허소원은 내려다보며 웃었다. “할 줄 알아?” 아이는 딱 봐도 곱게 자란 것 같았다. 박은성은 솔직하게 말했다. “몰라요. 하지만 배우면 돼요! 저 똑똑해서 금방 배워요!” “그래!” 그녀는 아이를 키울 때도 늘 스스로 해보는 걸 권장했기에 이 아이의 태도가 마음에 들었다. 박은성이 적극적으로 나서자 그녀는 박은성에게 작은 받침대를 꺼내 주며 말했다. “이 위에 올라가서 야채 씻는 거 도와줘. 이렇게 손질하면 돼.” 그녀가 야채를 손질하는 법을 알려주자 아이는 금방 익혔다. “예쁜 이모, 저 잘하죠?” 박은성은 자신이 손질한 야채를 보고 뿌듯하면서도 성취감을 느꼈다. 허소원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응, 진짜 잘했어!” 한편, 이 따뜻한 분위기와는 달리 박씨 가문 쪽은 그야말로 난리가 나 있었다.

© Webfic, All rights reserved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