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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정시훈은 몇 시간 동안 온 힘을 다해 찾았지만 점심시간이 지나도록 박은성의 흔적조차 찾지 못했다. 박태진은 소식이 들리지 않자 점차 강압적인 기운을 풍겼다. 그의 얼굴은 소름 끼치도록 차가웠다. 박씨 가문 사람들은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할 만큼 긴장에 휩싸였다. 집사는 눈물을 글썽이며 자책했다. “다 제 잘못입니다. 제가 작은 도련님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 탓이에요. 이렇게 오래 연락이 끊기다니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지 걱정입니다...” 박태진은 얇은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그는 마음속의 불안이 점점 커져갔다. 그간 박은성이 가출한 적은 몇 번 있었지만 항상 흔적을 남겼었다. 유일하게 흔적 없이 사라졌던 건, 올해 초 송연희가 박태진과 허지유의 결혼을 재촉했을 때였다. 그때 아이는 그 말을 진짜로 믿고 화가 난 나머지 교외 별장 지하실에 자신을 숨긴 채 하루 밤낮을 버텼다. 박은성을 발견했을 땐 열이 심하게 나고 있어서 정말 큰일 날 뻔했었다. 그런데 이번엔 정말 아무 흔적도 없었다. 박태진은 마음이 타들어 갔고 불안한 감정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그의 시야가 또다시 어두워지며 눈앞이 까맣게 변했다. 박태진은 눈썹을 찌푸렸고 얼굴은 더욱 어두워졌다. 이상함을 눈치챈 정시훈은 다급하게 다가와 걱정스럽게 물었다. “대표님, 괜찮으십니까? 설마 눈이 또...” “난 신경 쓰지 마.” 박태진은 억지로 화를 누르며 말했다. “지금 제일 중요한 건 은성이를 찾는 거야. 곧 괜찮아질 거야.” 그의 말투는 단호했다. 정시훈은 박태진의 성격을 잘 알기에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하인들에게 계속 수색을 지시했다. 그러나 이번 실명의 지속 시간은 박태진의 예상을 완전히 벗어났다. 그동안은 금방 회복되던 시력이 이번엔 한 시간이 지나도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그의 눈앞은 여전히 칠흑처럼 깜깜했다. 정시훈도 이상함을 느끼며 점점 불안해졌다. “대표님, 이대로는 안 됩니다. 병원에 먼저 가시죠. 요즘 너무 무리하셔서 그런 겁니다!” 박씨 가문은 큰 가문이고 친척들도 많다. 박태진이 아무리 뛰어난 수법으로 모두를 억누르고 있어도 여전히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자들이 많았다. 덕분에 그는 매일 끝도 없이 일에 시달렸고 한시도 긴장을 풀 수 없었다. 지금 같은 상황은 진심으로 걱정스러웠다. 하지만 정작 박태진은 침착하게 말했다. “괜찮아. 오늘 오후에 병원장이 소개한 명의와 만나기로 되어 있지? 그쪽에 연락해서 시간을 앞당길 수 있는지 물어봐. 지금 당장 중요한 건 박은성이야. 같은 말 세 번 하게 하지 마.” 정시훈은 그제야 정신이 들었다. “네! 이미 수색은 계속 진행 중입니다. 바로 명의께 연락드리겠습니다!” 정시훈은 곧바로 명의 쪽에 연락했다. 한편, 허소원은 박은성과 함께 점심을 먹고 있었다. 박은성은 허소원의 요리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모 너무 대단해요! 요리 솜씨가 저희 집 셰프님이랑 비슷해요!” 박은성은 특히 국을 좋아하는데 오늘 허소원이 끓인 국은 셰프님이 만든 것만큼 맛있었다. “켁, 켁켁...” 허소원은 국을 마시다 박은성의 말에 놀라 그만 사레들려 심하게 기침했다. 그녀는 속으로 생각했다. ‘솜씨가 비슷한 게 당연하지. 결혼했을 때 박태진이 따뜻한 밥 한 끼라도 먹을 수 있도록 박씨 가문 셰프에게 직접 요리를 배웠으니.’ 하지만 박태준은 거의 먹지도 않았다. 먹더라도 허소원이 만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런데 지금은 그의 아들에게 칭찬을 받고 있었다. “이모 괜찮아요?” 박은성은 깜짝 놀랐다. 그는 조그마한 몸으로 달려와 그녀의 등을 두드리며 다정하게 물었다. “좀 나아졌어요? 어디 아프세요?” 허소원은 휴지로 입가를 닦으며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 걱정하지 마.” 조금 숨을 고른 그녀는 박은성에게 음식을 더 떠주며 말했다. “맛있으면 많이 먹어.” 그때, 탁자 위 휴대폰이 울렸다. 허소원은 낯선 번호를 보며 약간 의아한 표정으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누구시죠?” 전화기 너머에서는 젊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혹시 맨디 선생님이신가요?” 그녀는 방금 기침을 하던 탓인지 목소리가 살짝 쉰 채로 대답했다. “네, 맞습니다. 실례지만 누구시죠?” 정시훈은 다급하게 말했다. “정말 다행입니다, 맨디 선생님. 저희는 안상혁 병원장님께 소개받은 의뢰자입니다. 선생님이 저희 치료를 맡아주신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갑작스럽게 대표님의 지병이 악화했고 약속된 시간을 기다릴 여유가 없어 부득이하게 일정을 앞당겨도 괜찮을지 여쭙고자 연락드렸습니다.” 허소원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어차피 오늘 다른 일정도 없었고 상대방의 말투도 예의 바르고 정중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흔쾌히 대답했다. “가능합니다. 다만 환자의 상태를 아직 모르기 때문에 병력과 진단서 등을 준비해 주셔야 합니다. 또, 치료 환경도 중요하니 병원으로 갈지 혹은 따로 준비된 장소가 있는지 알려주셔야 해요.”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정시훈은 다급하게 말했다. “병원은 아닙니다. 저희 쪽 의료 연구소로 와주시면 됩니다. 주소 바로 보내드리겠습니다.” 박태진은 신분상 시력 문제가 외부에 절대 알려져서는 안 됐다. 그러기에 이미 모든 준비를 마친 상황이었다. 그 말을 들은 허소원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전혀 놀라지 않았다. ‘진료비를 2000억이나 걸 정도니 전용 의료 시설이 있는 것도 이상하진 않지.’ 그녀는 담담하게 말했다. “좋습니다. 그럼 1시간 후에 뵙죠.” 전화를 끊고 난 후, 허소원은 박은성을 바라보며 말했다. “미안해, 은성아. 이모가 좀 바빠서 그러는데 조금 일찍 가야 할 것 같아.” 그녀의 말에 박은성은 입맛이 뚝 떨어졌다. 그는 가슴 깊은 곳에서 아쉬움이 차올라 눈가가 벌겋게 물들었다. 허소원은 자신의 말이 박은성을 슬프게 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그녀는 다급하게 물었다. “왜 그래? 왜 갑자기 울려고 해?” 박은성은 고개를 저으며 서운한 목소리로 말했다. “가면 예쁜 이모를 다시는 못 볼 것 같아서요.” 그는 말을 마치자마자 눈물을 뚝뚝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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