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화
이준서는 신속하게 강예슬을 데리고 병원으로 향했다. 그러고는 강예슬이 정밀 검사를 받는 동안 직접 나가서 그녀가 좋아하는 케이크를 사 왔다.
몇 시간 후, 케이크를 사 들고 들어온 이준서가 문을 열려는데 안에서 강예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말투는 마치 모든 걸 장악하고 있는 것처럼 우쭐거렸다.
“엄마. 걱정하지 마. 지금 준서 눈에는 나밖에 없어. 울면서 입만 놀려도 내 편을 들어주면서 진이서를 벌한다니까. 얼마 지나지 않아 진이서를 완전히 대체하고 준서 옆에 있는 유일한 여자가 될 거야.”
“내가 듣기로는 전에 무슨 병을 앓았대. 네가 잘만 다스려도 이씨 가문의 재산을 손에 넣을 수 있는 거잖아.”
문틈으로 강예슬 맞은편에 앉은 여자가 탐욕스럽게 웃으며 계산기를 뚜드리는 게 보였다.
“내가 말했지. 너 정도 외모면 이준서가 넘어가고도 남는다고.”
그때 강예슬이 뭔가 생각났다는 듯 어머니 윤미애를 밀었다.
“그만해. 아까 준서에게 전화했는데 들어오는 길이라고 했어. 그러다 들으면 어떡해.”
강예슬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병실 문이 열렸다. 안으로 들어간 이준서는 까만 눈동자로 두 사람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얼굴에는 웃음기 하나 없었다.
시선이 마주친 순간 강예슬은 등줄기에 소름이 쫙 끼쳐 몸을 파르르 떨었다. 조금 전 나눴던 대화가 생각나 불길한 예감이 들었던 강예슬은 떠보듯 입을 열었다.
“준서야. 엿들은 거 아니지?”
정적이 길어지자 강예슬은 더 걷잡을 수 없이 불안해졌다. 다행히 이준서의 굳은 표정이 살짝 풀리는가 싶더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왜 그렇게 물어?”
이준서가 아무것도 모르는 듯한 눈치를 보이자 강예슬은 겨우 한시름 놓았다. 다만 이준서의 눈동자에 스친 음침한 기운은 누구도 발견하지 못했다.
이준서는 누군가 그를 속이며 허튼수작을 부리는 걸 끔찍이 싫어했다. 애초에 진이서가 이성범을 꼬드겨 이씨 가문으로 들어왔을 때도 그랬다.
이준서는 오래 머무르지 않고 자리를 비웠다. 겁도 없이 허튼수작을 부렸다면 대가를 치를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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