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69화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
임춘식은 소은정을 박수혁의 앞에 데려온 것으로 자신은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다. 사실 오랜만에 방문한 SC그룹 직원들은 마치 도둑이라도 든 것처럼 그를 경계했다.
소은정 신변을 지키는 우연준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멀리서 바라보니 두 사람은 완전히 다른 세계를 살고 있는 것 같았다.
과거는 역시 과거일 뿐.
박수혁은 핏발이 선 눈으로 슬픈 표정을 하고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담담하고 평온한 그녀의 표정을 보고 격하게 다가갈 수 없었다.
그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잊어도 괜찮아. 다시 알아가면 되니까.”
그는 손을 내밀고 긴장한 얼굴로 그녀의 대답을 기다렸다.
침묵이 흐른 뒤, 소은정은 천천히 고개를 들고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네요. 나중에 생각나면 다시 이야기하죠. 그쪽이 좋은 사람일지 나쁜 사람일지 나는 모르잖아요?”
말을 마친 그녀는 그를 지나쳐 등 뒤에서 자신들을 바라보는 임춘식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러고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고는 뒤돌아섰다.
박수혁은 경직된 자세로 그 자리에 서서 멀어지는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뜨거웠던 마음이 찬물을 맞은 것 같았다.
좋은 사람일지 나쁜 사람일지 모른다니?
그녀의 말투에서 그를 알아본 건가 싶기도 했지만 또 아닌 것 같기도 했다.
그는 그 어떤 것도 확신할 수 없었다.
임춘식이 천천히 다가왔다. 소은정은 차를 타고 자리를 떠나버렸지만 박수혁은 여전히 그 자리에 꼼짝도 않고 서 있었다.
임춘식은 문득 그가 불쌍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송화시에서 발만 구르면 지진을 일으킬 수 있는 박수혁에게 이런 날이 있다니.
임춘식은 가볍게 그의 어깨를 다독이며 말했다.
“박 대표, 최선을 다했으면 됐잖아. 저녁 비행기라며? 늦겠어.”
박수혁은 말없이 차로 돌아가서 시동을 걸고 공항으로 향했다.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그녀의 얼굴 한번 보려고 찾아온 것이었다. 물론 약간의 기대도 있었다.
만약 소은정이 그에게 동아줄이라도 내려준다면 망설이지 않고 잡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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