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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이혼

[톱스타 이세희, 공항 사진 공개! 보는 이가 부럽게 만드는 민지환과의 애정 행각.] 밤 8시, 구재이는 그 기사를 보았다. 이제는 아무런 감정이 없을 줄 알았던 마음이 또다시 미세하게 흔들렸다. 사진 속 남녀는 너무나 잘 어울렸다. 만약 사진 속 남자가 자기 남편이 아니라면 구재이 역시 그들을 부러운 커플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구재이의 표정이 굳었다.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니었지만 오늘은 유난히 마음이 아팠다. 오늘은 자신의 생일이었다. 아침에 이미 민지환에게 이야기했고 그는 오늘 밤 함께 저녁을 먹자고 약속했다. 하지만 돌아와야 할 시간에 그는 다른 여자를 데리러 갔다. 그 여자는 민지환에게 있어 특별한 존재였다. 예전에 두 사람이 결혼까지 약속했던 사이라고 들었다. 다만 여러 이유로 무산됐고 대신 그 자리에 자신이 들어섰을 뿐이었다. 구재이는 휴대폰을 던져버렸다. 지금의 마음은 밤처럼 어두웠다. 테이블 위에는 정성스레 차려놓은 저녁상과 직접 만든 케이크가 그대로 있었다. 오늘 남편과 함께 생일을 보낼 거라 믿었는데 결국 자신만 우스워졌다. 그때 휴대폰이 다시 울렸다. 이세희에게서 온 메시지였다. 그 안에는 그녀와 민지환이 다정하게 앉아 있는 사진 한 장이 있었다. 민지환의 입가에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그러나 다정한 미소가 번져 있었다. 글자는 한 줄도 없었지만 그 사진 한 장만으로 구재이의 숨이 막혔다. 입술을 세게 깨물었다. 서러움, 굴욕, 그리고 억울함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그녀는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하기 위해 좋은 집안도, 가족도, 친구들도 버렸다. 하지만 민지환은 그런 그녀를 완전히 짓밟았다. 결혼한 지 3년, 그 시간은 한낱 우스꽝스러운 희극에 불과했다. 그녀에게 자신이 얼마나 초라한 존재인지를 매 순간 깨닫게 해줬다. 구재이는 깊게 숨을 들이켰다. 한때는 수많은 사람들이 그녀와 결혼하기 위해 줄을 섰었고 처가살이까지 기꺼이 하겠다는 이들도 있었다. 그런데 그녀는 모든 걸 버리고 오직 그 남자에게로 향했다.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절대 그런 선택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구재이는 휴대폰을 꽉 쥐었다. 민지환과의 대화창을 열고 담담히 한 줄을 입력했다. [사진이랑 기사 봤어. 우리 이혼하자.] 메시지를 보낸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그 문장을 보내고 나서야 구재이는 마음속의 돌덩이가 사라진 듯했다. 숨이 트였다. 마치 죽어가던 생선이 다시 숨을 쉬는 듯했다. 전화를 받자마자 민지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대체 또 왜 이래? 오늘 당신 생일인 거 알아. 하지만 세희 씨가 어렵게 돌아왔잖아. 제발 당신 처지를 좀 알아. 당신이 간섭할 일이 아니라고! 그리고 뭐, 이혼? 또 관심 끌려고 쇼하는 거야? 그딴 수작, 이제 진저리가 나!” 억지로 이어온 사랑은 결국 이런 결말이었다. 그가 한 번이라도 자신을 봐주길 바랐지만 결국 이 관계는 처음부터 혼자서 연기한 외로운 독백에 불과했다. 구재이의 가슴은 찢어질 듯 아팠다. 얼굴은 새하얗게 질렸고 눈가에 눈물이 맺혔지만 끝내 떨어지게 두지 않았다. 그녀의 목소리는 예전보다 훨씬 차가웠다. “내일 아침, 서류 다 준비해. 만약 안 오거나 이혼이 성사되지 않으면 그 여자가 불륜녀라는 사실을 세상에 공개할 거야. 그동안 당신이 얼마나 애써 지켜온 여잔데 세상 사람들이 손가락질하는 꼴은 보고 싶지 않겠지? 특히 지금처럼 그 여자가 톱스타가 된 이상 말이야.” 말을 마친 구재이는 민지환이 뭐라 답할 틈도 주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눈앞의 식탁을 바라보더니 미련 없이 차려둔 음식들을 전부 쓰레기통에 쏟아부었다. 기다려줄 사람이 없다면 준비해봤자 아무 의미도 없었다. 사실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민지환의 마음속에는 언제나 한 여자가 자리하고 있다는 걸. 그녀는 특별했다. 하지만 구재이는 결혼했으니 시간이 해결해줄 거라 믿었다. 언젠가는 자신을 봐줄 거라고, 사랑해줄 거라고. 그래서 구재이는 스스로를 점점 낮췄다. 남들 눈에 우스꽝스러울 만큼 낮추고 또 낮췄다. 하지만 그런 관계에서 한쪽만 계속 자신을 깎아내리면, 돌아오는 건 사랑이 아니라 상대에게서 받는 무자비한 상처뿐이었다. 그녀는 이미 그 고통을 뼈저리게 느껴왔다. 3년이면 충분했다. 이제 더는 이렇게 초라하게 살고 싶지 않았다. 둘이 함께하고 싶어한다면 그렇게 두면 될 일이었다. 이 별장은 그들의 신혼집이었지만 결혼 후 민지환이 이곳에 온 적은 손에 꼽았다. 집 안의 모든 인테리어와 장식은 구재이가 직접 준비한 것들이었다. 그에게 신혼집은 잠시 머무는 공간이었지만 구재이에게는 진심으로 ‘집’이었다. 그가 돌아오길, 함께 식사하길, 웃어주길 기다렸다. 그러나 기대가 커질수록 돌아오는 건 더 깊은 상처뿐이었다. 이제 더는 이 결혼을 이어갈 이유가 없었다. ... 밤새 한숨도 이루지 못했다. 아침, 거울 속의 여자는 지쳐 있었다. 구재이는 간신히 화장을 해 초췌한 얼굴을 가렸다. 짐을 정리하고 서류를 챙겨 나설 준비를 하던 순간, 민지환의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그의 어머니는 날카롭고 속 좁은 여인이었다. 늘 아들이 재력 있고 신분 좋은 집안의 딸과 결혼하길 바랐다. 회사의 이익이 될 만한 결혼만을 원했다. 그래서 민지환이 구재이와 결혼하겠다고 했을 때 결사반대했다. 하지만 아무리 반대해도 결국 결혼은 성사됐다. 결혼 후 몇 년 동안, 구재이는 그 집안에서 사람대접을 받지 못했다. 시어머니는 그녀를 집안 일꾼처럼 부려먹었다. 전화를 받기 전부터 이미 어떤 말이 들릴지 뻔히 알았다. 그 여자의 차가운 목소리는 늘 비수처럼 날아왔다. 만약 민지환이 구재이를 조금이라도 아꼈다면, 그의 어머니도 그렇게 함부로 대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결국 이유는 하나였다. 바로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약 이세희와 구재이의 자리가 바뀌었다면 민지환은 결코 그녀가 이런 수모를 겪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 “오늘 집에 손님 온다고 했잖아! 지금 어디야? 아침 8시까지 오라고 했는데 벌써 10시야! 일부러 나 망신 주려는 거야? 네 자리가 어떻게 생긴 건지 잊지 마! 바로 훔친 자리라고! 그렇게도 눈치가 없니? 역시 천박한 여자야. 도대체 내 아들이 왜 너 같은 애를 데리고 살려는지 모르겠다. 차라리 빨리 이혼하는 게 낫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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