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1화 혼쭐
민지환의 곁에는 김정호라는 비서가 있었다. 평소에는 민지환의 일을 도왔고 가끔은 민지연의 일도 처리해주곤 했었다. 민지연이 민지환의 친동생인 만큼 민지환이 민지연에게 실망한 구석이 있어도 딱히 내버려 두지는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번 회의 때도 민지연이 자신을 찾아왔다는 걸 알고 괜히 사고 치지 않도록 김정호를 불러 민지연을 감시하게 했다.
“김 비서, 나 대신해줄 일이 있어. 해주면 오빠한테 말해서 월급 올려달라고 할게.”
민지연은 기대에 찬 눈빛으로 김정호를 보았다. 무슨 일이든 결국 김정호가 들어줄 거라고 믿고 있었다.
그녀가 알고 싶은 건 단 몇 가지, 구재이가 그 자선 파티에 정확히 어느 자리에 앉는지, 자신도 갈 수 있는지, 가면 무엇을 할 수 있는지였다. 이 정보는 반드시 김정호를 통해 알아내야 했다.
민지연의 말을 들은 김정호는 머리가 지끈거렸다. 이미 민지환 대신 민지연이 친 사고를 처리한 적이 여러 번 있었으니 말이다.
민지연이 한 번 사고를 치면 일이 꼭 커졌고 그것을 수습하려면 김정호가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내야 했다. 매번 뒷수습하고 나면 한 십 년은 폭삭 늙어버린 듯한 기분이었다.
이번에도 민지연이 부탁하는 말을 꺼내자 김정호는 금세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는 침을 꿀꺽 삼치며 난감한 얼굴을 했지만 대놓고는 거부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이건 제가 섣불리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 같아요. 대표님 지시가 없으면 움직이긴 어려우니까 직접 오빠께 여쭤보는 건 어때요? 대표님이라면 분명 저보다 더 수월할 테니까요.”
김정호는 애써 에둘러 거절했다. 사실 그는 이 일에 끼어들고 싶지 않았다.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팠으니까.
그가 거부하자 민지연의 표정이 확 변했고 이내 매섭게 노려보며 윽박질렀다.
“하, 좋아. 도와주지 않겠다고. 그래, 그럼 오빠한테 말하는 수밖에 없지. 김 비서 해고하라고!”
이 말을 들은 김정호는 오히려 담담한 모습을 보였다. 자신을 정말로 해고할 수 있었다면 진작에 해고했을 것이었다. 게다가 민지환의 곁을 떠난다고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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