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6화 댄스
민지환은 조희수의 목소리를 듣고서야 비로소 시선을 거두었다.
그는 몰래 다시 한번 구재이를 바라보았다. 이제는 아무런 사이도 아닌데 괜히 눈에 들어오는 건 아마도 한때 부부였기 때문이라고 스스로를 설득했다.
“아무것도 아니야. 가자. 오늘은 사람이 꽤 많이 왔네.”
애초에 민지환은 올 생각이 없었다. 그러나 조희수가 끈질기게 가자고 했고 홍선우와 홍선빈이 주최하는 거라고 해서 마지못해 따라온 것뿐이었다.
초대장을 직접 받았으니 얼굴은 비춰야 했지만 사람들 모두 기괴한 차림이라 정작 주최자가 어디에 있는지조차 알아볼 수 없었다.
둘은 예전에도 이런 무도회에 참석한 적이 있었던지라 금세 분위기에 녹아들었다. 가면을 쓴 덕에 사람들은 제멋대로 즐기며 어울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홀 안의 불이 갑자기 꺼지자 웅성거림이 퍼져 나갔다.
곧 무대 위로 스포트라이트가 내려앉고 홍선우와 홍선빈이 등장하고 떠들썩하던 분위기도 서서히 가라앉았다.
“여러분, 오늘 밤 가면무도회에 와줘서 고마워요. 오늘은 복잡한 거 다 잊고 여기서 마음껏 즐기다가 가시면 돼요. 하지만 무도회라면 춤이 빠질 수 없겠죠!”
“그래서 곧 홀 안의 불을 끌 예정입니다. 어둠 속에서 직접 함께 춤을 출 파트너를 찾아주세요. 파트너가 남자든 여자든 상관없습니다. 불이 다시 켜지는 순간 그 사람이 파트너가 될 겁니다!”
참가자들은 흥분한 듯 자리에서 일어나 움직이기 시작했다. 불이 꺼지기 전부터 마음속으로 원하는 상대를 찾기 시작했다.
조희수도 들뜬 표정으로 민지환에게 말을 걸려고 했지만 민지환은 벌써 어딘가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조희수는 잠시 멍하니 보았다. 그저 민지환이 이런 시끄러운 자리를 싫어해서 숨어 있으러 간 거로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사람들이 이리저리 움직이자 홍선우와 홍선빈은 때가 됐다 싶어 불을 완전히 꺼버렸다.
“다들 조용히 하셔야 합니다. 그래야 진짜로 끌리는 사람을 찾을 수 있어요.”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홀은 금세 조용해졌다. 불은 꺼졌지만 비상등은 몇 개 켜져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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