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4화 협력의 가능성
구재이는 그저 미소만 지을 뿐이다. 그 어떤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어차피 어떤 대답을 해도 우태현은 받아들이지 않을 테니까. 이렇듯 오만한 남자는 절대 자신이 가문의 도움을 받았다는 걸 인정하지 않는다.
“그럼 구재이 씨는요? 지금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정말 아무것도 의지하지 않고 혼자 앉았다고 생각해요? 대체 나보다 나은 게 뭐죠?”
구재이는 일부러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
“전 한 번도 가문의 도움 없이 여기까지 왔다고 말한 적 없는데요. 그래도 우태현 씨와는 다르죠.”
그녀는 자신이 가문의 힘을 빌려 지금의 자리에 오른 걸 부정하지 않았다.
동시에 그로 인해 짊어져야 할 책임과 의무도 회피하지 않았다. 가문이 준 특권을 누린 만큼 그만큼 돌려주는 건 당연한 일이 아니던가. 구재이에게는 아무런 모순도 아니었다.
우태현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안색이 잿빛으로 변하며 분노를 삼켰다.
주리아는 옆에서 이 말싸움을 흥미롭게 구경하고 있었다.
하지만 우태현의 표정이 점점 굳어지자 결국 참지 못하고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가문의 힘으로 여기까지 온 게 뭐가 부끄럽죠? 그런데 그걸 부정하고 모든 공을 혼자 독차지하려 하다니, 우태현 씨는 본인을 너무 과대평가하는 거 아닌가요?”
주리아의 가문 또한 우씨 가문 못지않았기에 주저 없이 직설적으로 내뱉었다.
그러자 우태현은 차가운 콧소리를 내며 몸을 돌렸다.
원래는 두 사람에게 ‘경고'를 하며 협력할 생각이 없다는 걸 확실하게 보여줄 생각이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그는 오히려 둘에게 철저히 말려들어 속만 부글부글 끓었다.
우태현이 씩씩대며 자리를 떠나자 구재이와 주리아는 눈을 마주치더니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다행이야. 이제 그 사람하고 굳이 협력할 필요는 없겠어. 저런 성격이라면 같이 일해도 문제만 생길 거야. 자만심이 너무 심하잖아.”
구재이는 담담하게 말했다.
“그래도 머리는 좋은 사람이야. 예전에는 천재였지만 가문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욕심이 지나쳤던 거지. 세상 모두에게 본인 힘으로 모든 걸 이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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