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화
여경민의 얼굴은 차갑다 못해 싸늘했다. 그는 두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오만하고 날카로운 태도로 온나연을 낯선 사람처럼 훑어보았다.
“그러니까 기어코 이혼하겠다는 거지?”
방금 전의 말은 그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양보였다.
예전 같았으면 온나연은 눈물 콧물 다 쏟으며 감격했을 것이고 그의 품에 안겨 평생을 함께하겠다며 약속했을 터였다. 그런데 지금 그녀는 아무런 동요도 없었다.
그는 문득 혼란에 빠졌다. 혹시 이번 소동이 그의 마음을 잡으려던 속임수가 아닌, 그저 관심 끌기였던 것이 아닌 정말 이혼을 원했던 건가 하는 생각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여경민은 생전 처음 느껴보는 극심한 불안에 휩싸였다.
“기어코 이혼하려 한 건 당신이에요. 나는 그저 당신 뜻에 따르는 것뿐이고.”
온나연의 눈빛은 담담했다. 모든 것이 씁쓸하고 허무하게 느껴졌다. 한때 목숨처럼 사랑했던 남자가 더 이상 예전처럼 반짝이지 않았다. 그냥 길거리에서 스쳐 지나가는 평범한 사람처럼 보였다.
분명 그가 먼저 그들의 결혼 생활을, 그들의 행복한 세 가족을 파멸로 이끌었는데 이제 와서 모든 책임을 그녀에게 떠넘기고 있었다. 가정을 버린 나쁜 사람은 그녀라는 듯이 뒤집어씌우고 있었다.
사랑이 증오로 변하는 건 정말 한순간이었다. 온나연은 여경민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어쩌면 수년 전 어느 순간, 그도 이렇게 그녀를 갑작스럽게 사랑하지 않게 되었을 것이다.
그녀는 그 사실을 너무 늦게 깨달았을 뿐이었다. 그래서 한 줄기 희망이라도 붙잡으려 자존심을 버리고 필사적으로 매달렸던 것이다.
둘은 드디어 같은 길을 걷게 되었다. 더 이상 서로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 그렇다면 미련 없이 끝내는 것이 옳았다.
“날 잡아요. 서류 정리하고 빨리 끝내요. 당신도 나도 자유로워지는 길이니까.”
온나연은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홀가분하고 새로운 삶을 얻은 듯한 느낌에 젖어 입을 열었다.
“그래?”
여경민의 얼굴이 더욱 굳어졌다. 그는 담배 한 개비를 꺼내 입술에 물고는 말없이 불을 붙였다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