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화
예상대로였다. 그는 다 알고 있었다.
여경민의 추궁할 것을 그녀는 진작 예상하고 있었다. 어쩌면 바라던 일인지도 몰랐다.
지난 세월, 여경민의 배신을 알면서도 벙어리 냉가슴 앓듯 참고 지내온 시간이 수두룩했다. 이혼을 앞두고 여경민에게 그 기분을 맛보게 하고 싶었다. 온나연은 속이 후련했다.
"맞아요. 조금 전에 어린 남자와 촛불 켜놓고 저녁 식사했어요. 이혼 때문에 마음이 허할까 봐, 제 마음을 달래준 값으로 4000만 원을 줬지요. 조금도 아깝지 않던걸요."
온나연은 살짝 눈썹을 치켜떴다. 새로 산 가방을 자랑하듯 태연하고 당당한 표정이었다.
"온나연, 너 미쳤어?"
여경민의 눈은 분노로 시뻘겋게 충혈되어 있었다. 그는 담배꽁초를 매정하게 던져 버리고는 성난 짐승처럼 달려들어 온나연의 어깨를 움켜쥐었다. 여자의 어깨를 부숴버릴 듯 손아귀에 힘이 들어갔다.
"어떤 식으로든 복수하는 건 상관없어. 그런데 왜 하필 이렇게 역겨운 방법으로 해야 해? 넌 자존심도 없어? 정말 뻔뻔하구나!"
"하하, 내가 뻔뻔하다고요?"
온나연은 어깨의 통증을 참으며 헛웃음을 터뜨렸다. 그녀는 한 마디를 지지 않고 또박또박 내뱉었다.
"내가 뭐 뻔뻔할 게 뭐가 있어요? 당신한테 배운 거 말고 더 있나요? 당신도 역겹다는 걸 알기는 아는군요. 그럼 당신은 수없이 나를 배신할 때, 내 기분을 조금이라도 생각해 봤어요?"
"나는 너랑 달라!"
여경민는 분노했다. 완벽해 보이던 그의 얼굴에는 묘한 슬픔과 허탈함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는 천천히 온나연의 어깨를 놓아주며 고개를 떨구었다.
"겉으로 보이는 것과는 달라. 넌 모를 거야."
"하하, 뭐 대단한 사연이라도 있는 척하지 마요. 모르긴 뭘 몰라요. 당신네들이 진정한 사랑을 한 것처럼 나하고 그 어린 남자도 진정한 사랑을 했을 뿐이에요. 우리 부부로서의 인연은 여기까지인 것 같으니 각자 새로운 삶을 찾는 게 뭐가 이상하다고 그러는 거예요?"
온나연의 목소리에는 조롱이 가득했다. 갑자기 슬픔이 밀려왔다. 젊은 시절 뜨겁게 사랑했던 남자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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