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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화

온나연은 철없는 아이가 내뱉는 날 선 말에 수없이 짓밟혀 이제는 아무런 감흥도 없었다. 그녀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케이크 상자를 열어 제 몫을 먹기 시작했다. “안 먹겠다는데 뭐, 어쩔 수 없지. 아침도 못 먹었는데 내가 다 먹어야겠네.” 케이크 향기가 공기 중에 달콤하게 퍼져나갔다. 단내가 침샘을 자극해 군침이 돌기 시작했다. 뭐가 됐든 여희수는 결국 아이였다. 그녀는 참지 못하고 침을 꿀꺽 삼켰다. 아이는 온나연에게 고개를 돌리며 입술을 오물거렸다. 먹고 싶으면서도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아 툴툴거릴 뿐이었다. “희수는 안 먹어요. 하나도 먹고 싶지 않아요.” “먹고 싶지 않으면 안 먹으면 되지. 내가 주겠다고 한 것도 아니고.” 온나연은 얄밉게 톡 쏘아붙이더니 케이크를 더 크게 한입 베어 물었다. 그녀는 과장된 액션을 하며 훨씬 더 맛있게 먹는 척했다. “으아앙, 엄마 미워!” 여희수는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온나연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여전히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케이크를 음미할 뿐이었다. 예전 같았으면 여희수가 좋아하는 건 전부 남겨두고 본인은 아까워 조금도 먹지 못했는데 결국은 자기 자신부터 잘 챙겨야 한다는 것을 그녀는 깨달았다. “됐어. 애랑 뭘 다투고 그래? 그냥 좀 주렴.” 허미경은 모녀의 실랑이에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그녀는 케이크 한 조각을 여희수에게 건넸다. 여희수는 허미경이 주자 잠시 머뭇거리더니 이내 받아먹기 시작했다. 여희수가 케이크를 먹는 동안 허미경은 온나연에게 모닝커피를 마시자고 했다. 카페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온나연은 허미경의 맞은편에 앉아 멍하니 컵을 돌리고 있었다. “오늘 출근하니?” 허미경이 온나연에게 물었다. “일주일 휴가 냈어요.” 온나연은 사실대로 대답했다. “휴가?” 허미경은 조금 놀란 듯했다. “법의관이 된 후로 결혼하고 애 낳았을 때 빼고 휴가 한번 낸 적 없었잖아.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거니?” “이혼하려고요.” 온나연은 피식 웃었다. “결혼하고 애 낳는 데도 휴가를 냈는데 이혼에도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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