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화
부검이 끝난 후 온나연은 시신의 안팎을 꼼꼼히 세척하고 소독한 뒤 옷을 갈아입고 부검실을 나왔다.
“어때?”
계속 기다리던 이민영이 기대에 찬 표정으로 다가왔다.
“시신의 위에서 파란색 알약 한 알을 발견했어. 얼굴과 혀의 상태를 고려해 볼 때, 사망 원인은 익사가 아니라 중독으로 추정돼. 다시 말해... 이 알약의 출처를 찾기만 하면 사건의 진상이 밝혀질 거야.”
온나연은 이민영에게 부검 결과를 논리정연하게 설명했다. 바로 이런 점이 그녀가 이 일을 사랑하는 이유였다.
시체는 거짓말을 하지 않기 때문에 답은 모두 시체에 있었다.
“잘됐어!”
이민영은 흥분해서 벌떡 일어나 온나연을 껴안고 마구 입 맞추었다.
“이럴 줄 알았어. 우리 나연이는 천재 법의관이라니까. 아무리 미세한 실마리도 네 눈을 피해 갈 수는 없잖아. 죽은 피해자 대신 내가 다 고맙네.”
“그렇게 고마우면 나랑 전골이나 먹으러 갈래?”
온나연은 하루 종일 정신없이 뛰어다니느라 지쳤고 배는 진작 꼬르륵거렸다. 이젠 다른 생각할 힘도 없이 그냥 뜨끈한 전골 한 끼 푸짐하게 먹고 싶었다.
“뭘 기다려, 가자!”
이민영도 배가 고파서 서둘러 온나연의 손을 잡고 감정 센터를 나섰다.
두 사람이 곧 먹을 전골 생각에 들떠 있을 때 문 앞에 서 있는 익숙한 회색 람보르기니가 눈에 들어왔다.
그건 여경민의 차였다.
온나연과 여경민이 막 결혼했을 때 둘은 한시도 떨어지지 않을 만큼 사이가 좋았고 매일 저녁 퇴근할 때면 여경민이 온나연을 데리러 감정 센터로 찾아왔다. 동료들은 여경민이 온나연의 전담 기사라고 놀려댔고 온나연은 무척 달콤한 기분에 사로잡혔었다.
그러다 나중에 이 차는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고 온나연도 이미 매일 다른 차를 타고 집에 가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다.
남자란 게 한 대가 떠나면 또 다른 한 대가 오는 택시 같아서 굳이 하나에 매달릴 필요는 없었다. 맞지 않으면 취소하고 다른 택시를 부르면 그만이었다.
“여경민 저 자식이 갑자기 여긴 왜 온 거야?”
이민영은 람보르기니가 원수라도 되는 듯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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