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화
온나연은 고개를 숙여 휴대폰 화면을 살피더니 이민영의 팔짱을 낀 채 람보르기니 앞을 그냥 지나쳤다.
“엇, 이대로 가는 건 좀 아닌 것 같은데?”
온나연의 매몰찬 태도에 이민영은 오히려 어색함을 느꼈다.
‘둘이 예전에는 그렇게 애틋하고 딸까지 있는데 이젠 아예 남처럼 지낸다고?’
“이혼한 남녀가 서로 모르는 척 깔끔하게 잊는 건 당연한 거지. 아닌 건 뭔데?”
온나연은 무표정하게 말하며 걸음을 재촉했다.
여경민은 앞 유리를 통해 점점 가까워지는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온나연이 먼저 다가와 인사할 줄 알았는데 여자는 그냥 지나쳐버렸다.
다소 상실감을 느끼며 잘생긴 얼굴이 잿빛으로 변했다. 여유를 좀 부리고 싶었는데 이미 온나연 앞에 다가와 멈춰 선 차를 보고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어 벌컥 차 문을 연 다음 긴 다리로 성큼성큼 온나연에게 다가갔다.
“내가 기다리는 거 안 보여?”
여경민이 온나연의 손목을 잡으며 다소 화가 나면서도 억울한 듯 따졌다.
“봤어요.”
온나연은 차분하게 대답하며 서늘한 시선으로 남자를 바라보았다.
“여경민 씨, 무슨 일이죠?”
“여경민 씨? 무슨 일이죠?”
그 말이 총알처럼 여경민의 심장을 저격했다. 너무도 큰 상처였다.
“온나연, 우린 단지 이혼 합의서에 사인만 했을 뿐 아직 정식으로 이혼하지 않았어. 그런데 이렇게 빨리 선을 그어?”
“그럼 제가 뭘 어떻게 할까요? 계속해서 그쪽이랑 복잡하게 엮여야 해요?”
“그렇게 심하게 말할 필요는 없잖아. 그런 뜻이 아니야.”
온나연의 손을 놓아주며 여경민의 완벽한 얼굴엔 쓸쓸함으로 가득했다.
온나연과의 이혼은 정해진 운명이라는 걸 알지만 두 사람이 앞으로 철저한 남남이 된다는 사실은 여전히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할 말 있어요? 없으면 난 이만 가볼게요.”
온나연은 애써 화를 참으며 가벼운 목소리로 여경민에게 물었다.
그들 사이엔 여희수가 있었기에 너무 매몰차게 등을 돌릴 필요는 없었다.
“있어. 나랑 같이 본가로 가.”
여경민이 손을 말아쥐며 덧붙였다.
“할머니 병이 발작해서 네가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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