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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판클럽 바로 옆에는 자체로 운영하는 최상급 호텔이 붙어 있었다. 임창수는 클럽 사장일 뿐만 아니라 호텔 투자자 중 한 명이라, 호텔은 늘 그를 위해 꼭대기 층의 럭셔리 스위트를 상시로 비워 뒀다. 남자는 온나연을 안은 채, 호텔 꼭대기 층으로 직행하는 전용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밤바람이 온나연의 얼굴을 스치며 취기로 흐릿하던 정신이 조금은 맑아졌다. “꺅!” 그녀는 아래를 내려다보며 살구씨 같은 눈을 둥그렇게 뜨고 놀라 입을 틀어막았다. 아름답고 현란한 야경이 엘리베이터의 투명한 유리를 통해 순식간에 아래로 가라앉았다. 잠깐 천상으로 오르는 듯한 몽환 감에 사로잡혀 두 팔이 저절로 남자의 목을 끌어안았다. 자칫하면 또다시 천국에서 지옥으로 굴러떨어질 것만 같아서 말이다. “무서워요?” 임창수는 그녀의 긴장을 느끼고 천천히 내려 세웠다. 그런데 그녀가 제대로 서기도 전에 큰 체구로 엘리베이터 벽에 바짝 붙이며 속삭였다. “아까 폴댄스 추던 그 사람은 어디 갔어요?” “큼큼!” 술기운에 원래도 붉던 뺨이, 그 은근한 말 한마디에 더 뜨겁게 달아올랐다. 온나연은 어색해서 몸을 비키려 했다. “너 어느 학교 다녀? 성인은 맞지? 아니, 우리 그냥 그만하자. 누나는 아직 이혼도 안 했거든.” 이 연하남은 보기에도 너무 풋풋해서 차마 건드릴 수 없었다. 게다가 아직 이혼도 안 했으니 막 나갈 짓을 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누나, 걱정하지 마요. 저 성인이에요. 제 행동은 제가 책임져요.” 임창수의 눈빛에는 강한 소유욕이 어려 있었다. 그는 뜨겁게 그녀를 응시하더니 큰손으로 턱을 받쳐 들고 곧장 그녀의 입술을 덮었다. “읏...!” 입술이 맞닿는 그 순간, 온나연의 온몸에 전기가 번쩍 스쳤다. 이성은 남자를 밀어내라고 외쳤지만 몸은 제멋대로였다. 그가 이끄는 리듬을 타며 조금씩 더 깊숙이 빠져들었다. 20년 남짓 살아오는 동안, 그녀에게 있었던 남자는 여경민 단 한 사람뿐. 입맞춤도 그와만 나눴다. 평생 다른 남자는 건드리지 않겠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런데 지금 그녀는 분명히 다른 남자와 키스를 하고 있었다. 느낌은 완전히 달랐다. 여경민의 키스가 강탈하듯 휘어잡는 편이라면, 임창수의 키스는 더 부드럽고 섬세했다. 그런데 그 부드러움 속에 한 걸음씩 파고드는 공세가 있었고, 그녀의 응답까지 유도했다. ‘얘 완전 고수네. 그리고 키스의 감각은 정말 끝내 줘.’ 온나연은 더 이상 스스로를 옭매지 않았다. 마음 가는 대로 남자와 미친 듯이 입을 맞췄다. ‘다시 생각하지만 현모양처 따위는 다 집어치워. 착한 엄마도 다 집어치워. 여경민이 만났던 여자만 해도 얼마인데, 나는 그저 연하남이랑 입 한번 맞췄을 뿐이잖아. 그게 뭐 그리 대수라고!’ 여경민이라는 비뚤어진 한 그루 나무에서 벗어나면, 바깥에는 울창한 숲이 한없이 펼쳐져 있었다. 그다음부터는 모든 게 더 통제가 안 됐다. 둘은 서로를 끌어안고, 입을 맞추고, 비틀거리며 엘리베이터를 내려 호텔방까지 입술을 떼지 않았다. 침대에 다다랐을 즈음에는 두 사람의 옷은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안 돼, 안 돼. 진짜 안 돼!” 임창수의 묵직한 몸이 깔려오는 순간, 그녀는 급히 손바닥으로 밀어냈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붉어진 뺨으로 말했다. “나 유부녀야. 진짜 막 하면 안 돼.” 임창수는 팔로 상체를 버티고 아래의 여자를 깊게 내려다보다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근데 누나 남편도 유부남이잖아요. 그분은 막 하면 안 된다고 생각 안 하던데요.” “그 사람은 그 사람이고, 나는 나야.” 온나연은 깊게 숨을 들이쉬고 앉아 몸을 돌렸다. 그리고 등을 보인 채 옷매무새를 추스르며 말했다. “알아. 너희 업계는 이런 거에 개방적이겠지. 돈 벌어야 하니까, 나 같은 유부녀한테도 이렇게 친절한 거고.” “우리 업계요?” 임창수는 가볍게 웃었다. 귀하고 잘생긴 얼굴에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 스쳤다. “그... 클럽 남자 모델 말이야. 열등감 가질 필요 없어. 나 직업 차별 안 해.” 옷을 제대로 여민 그녀는 짧은 머리를 쓸어 올리며 담담하게 말했다. “하하, 재밌네요.” 임창수는 대수롭지 않게 침대 머리맡에 기대앉아 그녀의 고운 등을 바라봤다. 굳이 해명하진 않았다. 다만 웃음기가 더 깊어졌다. “하룻밤에 얼마야?” 온나연이 돌아서며 그의 시선과 정면으로 맞닥뜨렸다. 약간은 난감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건요, 제 기분에 따라 달라요.” 임창수가 입술을 비스듬히 올렸다. “천문학적인 숫자일 수도 있고, 공짜일 수도 있어요.” “그럼 400만 줄게. 오늘 밤 나랑 함께 있어 줘.” “함께요?” “오해하지 마.” 임창수의 눈에 불길이 확 피어오르는 걸 보고 그녀가 황급히 덧붙였다. “같이 수다 좀 떨자. 그리고 그대로 푹 자자. 그냥 잠만.” 말을 마치자 그녀는 고개를 숙여 손가락을 꼬집으며 쓴웃음을 흘렸다. “우습지? 나 꽤 오래됐거든. 누군가랑 제대로 얘기해 본 게.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 들어줄 수 있어?” 임창수의 눈빛이 점점 어두워졌고 완벽한 얼굴은 순식간에 진지해졌다. 입안에서 짧고 차분한 대답이 흘렀다. “네.” 그렇게 해서 원래라면 봄빛처럼 뜨거워야 할 밤이 온나연의 하소연 대회로 바뀌었다. “있잖아, 남자라는 종족 짐승이랑 뭐가 달라? 평생 한 사람만 사랑하면 죽어? 사랑할 때는 그렇게 사랑하더니, 안 사랑하면 왜 원수 취급이야? 애도 별거 없더라. 손가락 한 번 까딱하니까 달려가. 자기 아빠 쏙 빼닮았지. 둘 다 배은망덕해! 이혼은 무조건 해. 안 하면 내가 바보지!” “...” 온나연은 술기운을 빌려 임창수를 끌어안고 콧물과 눈물을 한 움큼 쏟아내며 결혼에서 쌓인 서러움과 분함을 끝도 없이 토해냈다. 그러다 결국 그의 가슴팍에서 잠들었다. 눈가에는 아직 눈물이 매달린 채로 말이다. 임창수는 품 안의 여자를 오래 내려다봤다. 그에게 달려드는 여자들은 언제나 넘쳐났지만 이런 타입은 처음이었다. 그는 장난스레 웃으며 긴 손가락으로 그녀 눈가의 눈물을 쓸어냈다. “하, 진짜 바보 누나네요.” 이튿날, 거대한 통창으로 새벽 햇살이 방 안으로 흘러들었다. 온나연은 두 미터짜리 침대 위에서 팔다리를 쭉 뻗으며 불편한 듯 눈을 떴다. “응?” 여기가 완전히 낯선 방이라는 사실, 그녀는 문득 깨달았다. 어젯밤의 장면들이 번갯불처럼 조각조각 머릿속으로 밀려왔다. 이불을 홱 젖힌 순간, 그녀는 자신이 속옷만 걸친 채라는 걸 알아차렸다. 마치 벼락이라도 맞은 듯 멍한 표정으로 머리를 감쌌다. “망했다. 나 어젯밤 진짜 다른 남자랑 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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