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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온나연, 너는 유부녀가 이런 데를 와? 낯짝은 있냐? 우리 형 볼 면목은 있냐고?” 여정훈이 온나연의 손목을 거칠게 움켜쥐고 죽어라 끌어당겼다. 한 톨의 자비도 없었다. 여경민의 사촌 동생인 그는 어릴 때부터 그를 신처럼 떠받들었고, 형수인 온나연에게는 늘 불만투성이였다. 평범한 집안 출신의 여자가 여경민과 어울릴 리 없다고 여겼다. 지난 7년 동안, 여정훈은 한두 번이 아니라 기회만 있으면 여경민에게 온나연과 이혼하라고 부추겼다. 각 면에서 어울리는 새 형수를 찾으라고도 했다. 술을 가득 들이킨 온나연의 머리는 사실 이미 조금 어질어질한 데다가 마음에 쌓인 화도 있었다. 여정훈의 얼굴을 확인하자 그녀는 싸늘하게 웃고는 남자의 손을 거칠게 뿌리쳤다. “우습네. 이 클럽이 네 집이야? 네가 오는데, 내가 왜 못 와?” “너... 너랑 내가 같냐?” 여정훈은 잠시 말이 막혀 멍하니 서 있다가 한참 만에 반격했다. “너는 결혼한 여자야. 퇴근하면 집에 가서 남편 내조하고 애 키워야지. 이런 지저분한 클럽에 오다니, 우리 형 체면은 생각해 봤어?” “하하, 내가 유부녀라 집에나 있어야 한다고? 그럼 너는 약혼자 있는 남자잖아. 너도 이러고 노는 건 좀 아니지 않아?” 온나연은 차분히 치마를 정리하고 길고 가는 손가락으로 짧은 머리를 쓸어 올렸다. 눈빛은 노골적으로 그를 업신여겼다. “그리고 네 형이 밖에서 여자 셋, 여자 넷 만들 때 내 체면 따위는 생각도 안 했는데, 내가 왜 네 형 체면을 생각해야 하지?” “너!” 여정훈은 또다시 말문이 막혔다. 그는 놀랐다. 평소 보잘것없다고 여긴 형수는 늘 온순하고 상냥해서, 자신이 아무리 막말을 해도 맞받아 화를 내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 밤은 어쩐 일인지 이렇게 날카로운 걸까? 그가 알고 있던 물렁한 사람이 아니었다. “가서 네 형한테 전해. 걔가 여자 셋, 넷이면, 나도 다섯, 여섯쯤은 찾을 수 있어. 오늘 밤 나는 랜덤으로 어린 남자 하나 골라서 바람피울 거야. 우리 결혼 7주년 기념 선물로!” 온나연은 무대 아래 군침 흘리는 남자들을 훑어보며 반은 농담 같고 반은 진담 같은 어조로 말했다. 아래에 있던 사람들도 무대 위에서 터진 이 돌발 라이브에 제대로 놀랐다. 심지어 방금의 폴댄스보다 더 재미있다고 여기는 이도 있었다. 이걸 뭐라 부를까? 아내의 반격? 주부의 각성? 하지만 인정은 해야 했다. 무대 위 검은 슬립 드레스를 걸친 이 주부는 정말로 풍미가 가득했다. 잘 익은 꿀 복숭아 같기도 하고, 번데기를 찢고 나온 검은 나비 같기도 했다. 모든 남자를 광기로 몰아넣을 만했다. “누나! 누나! 나 뽑아요, 나!” “여신님, 여기요 여기! 저 가능합니다!” 무대 아래 남자들이 다들 성급히 손을 번쩍 들었다. 오늘 밤 행운의 연하남이 자기이길 바라면서 말이다. 온나연은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요염하게 웃었다. 유연한 몸짓으로 막 무대에서 내려가려던 찰나, 여정훈이 분을 이기지 못하고 그녀의 손목을 확 낚아챘다. 눈은 벌겋게 충혈되어 있었다. “나랑 같이 가! 형한테 데려가서 제대로 혼 좀 나야겠어!” 힘이 거칠었다. 온나연은 아파서 미간을 찌푸리며 몸을 빼려 했다. “여정훈, 손 놔. 그 시간에 네 일이나 잘해.” “흥, 네가 발정 나서 남자랑 자겠다는 건 내가 상관 안 해. 근데 우리 형 체면은 구기게 못 해. 형이랑 이혼만 하면 네가 딴 남자 찾는 건 둘째 치고, 심지어 몸 팔러...” 여정훈은 늘 그랬듯 온나연을 털끝만큼도 존중하지 않고 제멋대로 모욕을 퍼부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온나연의 손바닥이 번개처럼 날아들어 그의 뺨을 세차게 후려쳤다. “온나연, 너...” 여정훈은 얻어맞고 멍해졌다. 순식간에 부어오르는 뺨을 매만지며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녀를 바라봤다. “입이 그렇게 더러우면 한 대 맞아도 싼 거야.” 온나연은 차갑게 노려보며 가차 없이 말했다. “너, 너... 가만두지 않을 거야!” 여정훈은 어릴 때부터 곱게만 자라서 이런 수모를 겪어 본 적이 없었다. 그것도 많은 사람 앞에서 뺨을 맞았으니 그 순간 정신줄이 끊겼다. 그는 이를 악물고 돌진해 온나연의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팔을 한껏 휘둘러 되갚아 치려 들었다. “윽, 놔!” 온나연은 여정훈이 이렇게 미친 짓을 할 줄은 몰랐다. 그녀의 몸은 비틀거려 중심을 잃었고 마음도 덜컥 내려앉았다. 원래 남녀의 힘은 큰 차이가 났다. 버릇없이 자란 미친 사람을 건드린 건 그녀의 실수였다. ‘쳇, 전부 술 탓이네. 이성을 잃었어. 여기서 이 미친놈한테 무대 위에서 두들겨 맞기라도 하면 정말 창피하잖아!’ 온 힘을 다해 버둥거렸지만 빠져나오지 못했다. 여정훈의 팔이 크게 원을 그리며 들어 올렸고, 손바닥이 막 떨어지려는 순간... 여정훈이 누군가의 발길질을 정통으로 맞았다. 그리고 사람 전체가 포물선을 그리며 휙 하고 날아갔다. “응?” 온나연은 느낌이 이상해서 간신히 몸을 추스르고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단숨에 깊고 그윽한 한 쌍의 눈동자와 시선이 마주쳤다. 보석처럼 아름다운 그 눈은 끝이 보이지 않는 블랙홀 같았고, 또 거대한 바다 같기도 했다. 그녀는 단번에 빨려 들었다. “넌...” 아마도 너무 충격을 받은 탓일 것이다. 아니면 술기운이 올랐거나. 온나연의 유연한 몸이 또 한 번 비틀거렸다. “누나, 조심해요.” 임창수의 넓은 손바닥이 온나연의 어깨를 단단히 받쳤다. 낮고 깊은 목소리였다. “고... 고마워.” 온나연은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남자를 훑었다가 무심코 침을 삼켰다. 남자의 미모에 살짝 정신이 아찔했다. 역시 경시 랭킹 1위의 클럽다웠다. 대충 불쑥 나타난 남자 하나도 퀄리티가 이 정도라니. 이 몸매, 이 얼굴, 이 탱탱한 피부. 딱 캠퍼스를 갓 나온 어린 남자였다. “지원하러 온 거야?” 술기운과 남자의 외모, 이중으로 취한 그녀는 꽃처럼 웃으며 눈을 깜빡였다. 임창수는 미간을 찌푸리고 품 안에서 볼이 불그스름하게 달아오른 여자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내려다봤다. “지원이요?” “오늘 밤, 어린 남자 하나 데려가서 신나게 놀 거야. 그걸 바람둥이 남편한테 주는 결혼 7주년 선물로 할 거고. 너는...” 온나연은 임창수의 어깨를 토닥이고 단단한 가슴과 복근을 손끝으로 매만졌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에 들어. 너로 할게!” “진심이에요, 누나?” 임창수는 얇은 입술을 살짝 올렸다. 큰손이 그녀의 잘록한 허리를 감아 자신에게 바짝 붙였다. 호기심이 묻어나는 어조였다. “농담 아니야.” 온나연은 고개를 털어 정신을 다잡으려 하다가 술 트림을 했다. 그는 양손으로 임창수의 얼굴을 감싸 쥐었다. “지금, 호텔로 데려가.” “누나가 먼저 한 말이에요.” 임창수의 눈빛이 살짝 어두워졌다. 길고 힘 있는 팔이 그녀를 번쩍 안아 올렸다. 그대로 공주처럼 안아 들고 큰 보폭으로 몸을 돌렸다. 다른 한쪽에서 여정훈은 배를 부여잡고 간신히 일어났다. 그리고 두 사람의 등을 향해 고함쳤다. “너희... 너희 지금 붙어먹은 거야? 좋아, 형한테 다 일러바칠 거야! 우리 형 분명히 너희 가만 안 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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