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79장
이때 사람들 사이로 유려한 자태의 실루엣 하나가 우뚝 서 있었다. 그녀는 바로 여황전의 황혜교였다.
그런데 황혜교의 눈빛에 노골적인 경멸이 서려 있었다. 만검귀종은 주작 제국 내에서 높은 위상을 지닌 검문의 정통이자 무수한 수련자들이 동경하는 성지였다.
하지만 그 명문 출신이라는 자들이 지금은 마도와 결탁하여 요수를 성 안으로 들이고 수천 명의 무사들을 희생시켰다. 그러면서도 이곳에서 가식적으로 인의와 도덕을 운운하고 있으니 차마 눈 뜨고 볼 수가 없었다.
한편 점점 더 많은 요수의 혈기가 제단 속으로 흡수되면서 제단은 더욱 강렬한 빛을 뿜어냈다. 이제는 마치 피로 물든 태양처럼 붉은 광채를 띠고 있었다.
“마신궁이 곧 나타날 거야!”
정태오가 흥분에 찬 외침을 내지르며 손을 날렵하게 휘저어 연이어 마법 인장을 제단으로 날려 보냈다.
그를 비롯한 주변의 모든 이들이 격앙된 표정으로 광기에 사로잡힌 듯 자신들의 힘을 제단에 쏟아붓고 있었다.
그런데 그들이 제단을 활성화하는 데 집중하는 동안 멀지 않은 폐허 속에서 두 개의 그림자가 그들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바로 이천후와 청이였다.
방금 전 나눈 대화의 모든 내용이 이천후와 청이의 귀에 선명히 들어왔다.
“저 짐승 같은 놈들이 성문을 연 이유가 겨우 이거였다니! 요수들의 피를 이용해 무슨 고대 보물을 열겠다고? 자기들 욕심 때문에 성 안의 무사들을 희생시키는 건 너무 잔혹해요!”
청이의 분노가 끓어올랐다.
이천후는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것들은 고작 기연을 위해 사람의 생명을 한 포기의 풀처럼 여기는 놈들이죠. 동료를 죽이고도 죄책감 하나 없는 저런 놈들은 인간이 아니에요. 특히 만검귀종, 그 잘난 명문정파라는 것들이 이런 짓을 저지르다니... 마족보다 더 악랄하네요.”
이천후 역시 격노했다. 그는 스스로를 대단한 성인이라 여긴 적은 없지만 최소한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는 알고 있었다. 악행을 저지르지는 않을뿐더러 그런 모습을 보고 가만히 있을 수도 없었다.
이천후는 성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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