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03장
우나연은 풀밭 위에 주저앉아 두 팔로 무릎을 끌어안은 채 멍하니 먼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모습은 참으로 쓸쓸하고 외로워 보였다.
그녀는 고향이 그리웠다. 여황전과 자신을 늘 보듬어주던 할머니, 어머니가 그리웠다.
이 낯설고 괴상한 곳에 와서는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못한 채 줄곧 누군가에게 쫓기며 수차례 죽을 고비를 넘겨야 했다. 며칠째 목욕도 하지 못한 탓에 온몸엔 흙과 땀이 뒤엉켜 있었지만 감히 물에 들어가지도 못했다.
저 호수 안에는 무시무시한 요수가 도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그 존재가 무서웠다.
무엇보다도 괴로웠던 건 여황전의 형제자매들과 흩어졌다는 사실이었다. 우나연은 그 친구들이 몹시 그리웠고 특히 이천후가 너무 보고 싶었다.
혼자 있는 이 외로움은 너무도 견디기 힘들었고 생각이 깊어질수록 마음은 더 아파왔다. 그래서 우나연은 무릎을 끌어안은 채 흐느끼기 시작했다.
작은 몸에서 새어 나오는 울음은 바람소리에 묻혀 퍼져나갔다.
그때였다.
“우나연!”
기쁨이 가득 실린 목소리가 갑자기 울려 퍼졌고 우나연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 익숙한 목소리... 딱 이천후의 목소리처럼 들렸다.
하지만 그녀는 이 결계가 쳐진 비밀의 땅에 이천후가 있을 리 없다고 생각했다.
“아마 너무 그리워해서 환청이 들리는 거겠지...”
그녀는 나지막이 중얼이며 다시 고개를 숙이고 울음을 이어갔다.
“나연아, 나야! 내가 왔어!”
또렷한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그리고 말발굽 소리까지 힘차게 다가오는 그 순간 우나연은 마침내 그것이 환상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그녀는 벌떡 일어나 소리가 들려오는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붉은 털의 준마 위에 한 청년이 있었는데 바로 그녀가 그토록 그리워하던 이천후였다.
“천후 오빠!”
우나연은 기쁨을 감추지 못한 채 몸을 튕기듯 일으키고 그를 향해 내달렸다.
금빛 새끼 사자도 보였는데 녀석은 이천후의 어깨 위에서 큰 소리로 뭔가 외치고 있었다.
“너...”
이천후는 진흙투성이 꼴로 달려오는 우나연을 바라보며 어이없는 듯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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