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56장
치열한 전투 끝에 일월보륜은 이미 빛을 완전히 잃고 말았다. 한때 불타오르던 황금의 일륜은 이제 지는 해처럼 희미해졌고 찬란하던 월륜도 부서져 별가루처럼 흩어지며 곧 허공 속으로 완전히 소멸될 기세였다.
하지만 진정 참담한 것은 따로 있었다. 바로 이 전장의 주인공이자 요족의 전신이라 불리던 천무후였다. 그는 지금 검을 땅에 짚고 간신히 서 있었고 흑철로 만든 중갑은 군데군데 금이 가 있었다. 진홍빛 피는 전투화 끝에서 실개천처럼 흘러나와 사방 십 장에 이르는 모래땅을 붉게 적셨다.
그의 목구멍에서는 피비린내가 가득한 숨이 거칠게 뿜어져 나왔고 온몸의 뼈에서는 금이 가는 듯한 미세한 파열음이 끊임없이 들려왔다. 영맥을 타고 흐르던 에너지는 마치 제방이 무너진 물처럼 걷잡을 수 없이 흩어지고 있었다.
“내가 이 자리에서 패하다니...”
그는 떨리는 오른손을 바라보았다. 손가락 관절 사이에 아직 사라지지 않은 뇌화의 흔적이 서려 있었다. 한때 아홉 개의 변경을 휩쓸던 위세가 눈앞에 어른거렸고 후작으로 책봉되던 날 수많은 요괴들이 머리 숙이며 경배하던 광경도 바로 어제 있었던 일처럼 생생했다.
하지만 지금은 서 있는 것조차 사치였다. 처음으로 맛보는 참패의 쓰디쓴 감각이 그의 자존심을 광기처럼 갉아먹고 있었다.
그리고 그 시선이 불과 열 발자국 앞에 있는 인물에게 닿는 순간 천무후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그 인간족 무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여유로웠다. 그는 아직 본명 법기조차 꺼내지 않았고 오직 하나의 강대한 신통만으로 자신을 이겨낸 것이다.
그를 더더욱 참담하게 만든 건 그 인간족 무사는 아직 화령경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이었다.
“끝났어. 지금 내가 우세긴 하지만 네가 스스로 경지를 억눌러 맞춰줬으니 무승부라 생각하자.”
이천후는 두 손가락을 가볍게 흔들었다. 그와 동시에 하늘 가득 퍼졌던 빛과 그림자가 산산이 흩어졌다. 그는 휘청거리는 천무후를 바라보며 다소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
“경지를 억누른 채 대결을 요청한 건 너잖아. 이 이상 계속 싸우는 건 내게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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