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82장

‘됐어,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말자. 괜히 혼자 들뜬 걸지도 모르고 정말 내가 아빠 되는 걸지도 모르지.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거야.’ 이천후가 옷자락을 툭툭 털며 일어서려는 순간 고기 삶던 탁재환이 울상을 지으며 달려왔다. “아, 젠장. 도철 고기가 너무 질겨. 벌써 두 시간이나 푹 끓였는데 익지 않아.” 이천후는 육중한 솥 앞으로 다가갔다. 사실 이건 평범한 솥이 아닌 공간 보물로 고기 삶기엔 최적이었다. 지금도 철솥 위로 푸르스름한 김이 몽글몽글 피어오르고 있었고 아래에선 흑룡목 열 그루가 타닥타닥 타오르며 화염을 세 장 높이로 치솟게 하고 있었다. “도대체 얼마나 질긴 거야... 흑룡목을 써도 안 무르다니!” 탁재환이 입을 쩍 벌렸다. “신화로 삶자.” 이천후는 손을 가볍게 들어 올렸다. 그의 손바닥 위에 팔역 용광로가 떠올랐고 그 안에서 금홍빛 불꽃이 여명처럼 튀어나왔다. 순식간에 솥 바닥에 아홉 개의 태양이 솟아오르듯 화염이 피어올랐고 들판 전체를 환하게 밝히며 모든 사물을 선명히 비췄다. 이것이 바로 태양 진화였고 위력이 말 그대로 압도적이었다. 반 시간이 채 되지 않아 고기 삶는 향기에 진한 영기가 뒤섞여 코를 찌르기 시작했다. 솥 안의 국물은 황금빛 소용돌이로 변했고 진액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불 조금만 더 올려.” 이천후는 손끝에서 튀어나온 불꽃이 눈매를 붉게 비추는 가운데 말했다. “천재지보의 진액과 도철 보육이 완전히 융합해야 약력이 최고조에 이르지.” 이 철솥 안엔 단순히 도철 고기만 들어 있는 게 아니었다. 삼십 가지가 넘는 선초와 영약이 함께 들어 있어 진하게 우러난 육수는 이전에 끓였던 약탕과는 차원이 달랐다. 귀중함으로 따지면 옛날 천호족이 성녀 미연에게 내어준 세상에 둘도 없는 약탕과 맞먹을 정도였다. 이천후는 왼손으로 화력을 조절하면서 오른손으론 백옥으로 된 병을 쓰다듬었는데 그 안에는 도철의 본명 정혈이 따끈하게 담겨 있었다. 예전에 이 태고의 이종을 해체할 때 무려 백 방울이나 모아놓은 것이었다. 그중 오십 방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