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53장
“자, 얼른 일어나. 그렇게 멍하니 있지 말고.”
이천후가 아무 말 없이 김치형의 어깨를 툭 치고는 자연스럽게 끌어안듯 팔을 두르더니 그를 사람들로 북적이는 쪽으로 데리고 갔다.
“금오탕 끓기 시작했거든? 향기 퍼지는 거 안 느껴져? 걱정하지 마. 솥 안에 네 몫도 따로 챙겨뒀어.”
이천후가 이런 행동을 한 이유는 하나였다. 김치형이 마음의 경계를 내려놓고 황촌이라는 공동체에 진심으로 녹아들길 바랐던 것이다.
솔직히 그는 이 친구가 마음에 들었다. 김치형은 무뚝뚝하지만 속은 단단하고 솔직했고 게다가 만전신체라는 천부적 자질을 지닌 자 아닌가. 이런 인재를 아끼는 건 누구라도 마찬가지였다.
꼬끼오...
두 사람이 사람들 사이로 막 들어섰을 무렵 갑자기 날카롭고도 적의를 담은 외마디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십진계가 목을 길게 빼고는 콩알만 한 눈으로 김치형을 노려보며 언제든 달려들어 쪼아댈 기세로 몸을 부르르 떨고 있었다.
“꺼져! 이 시끄러운 촌닭아!”
김치형은 인상을 찌푸리며 험한 말을 뱉었다. 아까 이놈한테 정통으로 쪼인 기억이 아직 생생한 터라 호감 따위 있을 리 없었다.
“작작 좀 하자. 말 함부로 하지 마. 이 친구는 그냥 촌닭이 아니야. 무려 십진계라고.”
“십진계?”
김치형의 표정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분노로 일그러졌던 얼굴이 놀라움으로 굳었고 곧 허탈한 체념으로 굳어졌다.
또 하나 전설의 존재가 나타났고 그것도 닭이었다. 평범해 보이는 닭조차 태고의 이종이라니, 황촌은 도대체 뭐 하는 곳일까?
...
불길은 뜨겁게 타올랐고 솥 안의 약탕은 보글보글 끓고 있었으며 진하게 퍼지는 향기는 황촌 하늘을 감싸듯 가득 퍼졌다.
사람들의 기대가 높아지는 그때 십진계가 알록달록한 머리를 높이 쳐들고 뚜벅뚜벅 우아하게 앞으로 나섰다.
“크흠... 그게 말이지.”
십진계는 가볍게 기침을 한 뒤 시선을 이리저리 피했고 발톱으로 바닥을 긁적이기 시작했는데 어딘가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가만히 얻어먹기만 하는 것도 좀 그래서 말이지. 나도 뭐... 공헌 좀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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