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54장
십진계는 지금 와서 생각하니 좀 억울했다. 아까는 기세가 올라 피가 머리끝까지 치솟은 김에 그만 한꺼번에 세 알이나 꺼내버렸다. 천하의 십진계가 말이다.
그러나 황촌 사람들의 반응 때문에 슬슬 후회가 밀려들었다.
‘한 알만 꺼냈어야 했어.’
“하하하! 쏟아진 물을 다시 주워 담겠다고? 솥 안에 들어간 신란을 다시 꺼낼 수 있을 줄 알아? 천만에!”
탁재환이 굶주린 호랑이처럼 돌진해와 번개처럼 그의 발톱 밑에서 세 알을 낚아챘다.
파박. 파박. 파박.
연달아 울려 퍼진 세 번의 경쾌한 파열음과 함께 단단하던 껍질이 그대로 박살났고 그 속에서 흘러나온 생명의 정수가 농밀하게 응축된 황금빛 난액은 마치 용해된 보석처럼 철솥 속으로 주르륵 흘러들었다.
치지직...
진기한 약재들이 이미 끓고 있던 솥 안에서 신란이 더해지자마자 황홀한 다채색의 빛이 솟구쳐 올랐다. 순식간에 짙고도 감미로운 향기가 공기 중으로 퍼졌고 그 향은 이내 땅과 하늘 사이를 가득 메웠다.
숨 쉬는 것조차 달콤해질 만큼 향기로운 기운이 황촌을 덮었다.
“잘했어!”
도요 공주가 싱긋 웃으며 잔뜩 풀이 죽은 십진계 곁으로 다가가 부드럽게 그 화려한 볏을 토닥였다.
“이제야 좀 제대로 하는구나? 적극적으로 나서서 공동체에 기여할 줄도 알고. 이런 훌륭한 태도, 앞으로도 꾸준히 유지해 줘야 해. 알았지? 삼일 일하고 나흘 놀면 안 돼.”
“그래, 그래. 이놈 드디어 정신 차렸네! 내가 그렇게 공들여 길들인 보람이 있구먼! 기쁘다, 기뻐!”
탁재환은 아예 얼굴 근육이 풀릴 정도로 웃어댔다.
“네가 공들이긴 개뿔. 썩 꺼져!”
십진계는 속이 뒤집혀 간을 부여잡고 있던 참에 저놈이 생색까지 내며 웃어대는 꼴을 보자 그만 폭발하고 말았다.
그래서 확 돌아서서는 눈앞에서 기세 좋게 웃고 있는 탁재환의 얼굴을 향해 정확히 그 눈을 향해 그대로 쪼아버렸다.
“아아아악!”
귀를 찢는 듯한 비명과 함께 탁재환은 전기충격이라도 받은 듯 양손으로 눈을 부여잡으며 폴짝 뛰어올랐다.
“아, 젠장! 내 눈! 내 눈깔이 나갔어!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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