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89장
등룡각의 한 제자가 조심스럽게 앞으로 나섰고 입에 발린 듯 공손한 어조로 말했다.
그는 단어 하나 어미 하나 허투루 쓰지 않으며 완곡하게 말을 이었다. 겉으로 보기엔 단지 경산에게 대안을 제시하는 듯했지만 그의 말에 숨겨진 진심은 너무나 분명했다.
‘고객님께선 신분도 있으시고 명망도 높으시니 굳이 이런 정체불명의 뜨거운 감자를 이천후 씨에게 떠넘기려 애쓰지 마시고 그냥 곧장 집사에게 찾아가서 정식으로 선금을 받는 게 훨씬 간편하고 체면도 서지 않겠습니까?’
‘솔직히 말해 만에 하나 이천후 씨가 고객님의 말에 넘어가 엄청난 가격을 치르고 이 물건을 사버렸다가 나중에 쓸모없는 쇳덩어리에 불과하단 걸 알게 되면 등룡각에서 등쳐먹은 셈이니 다시는 발길을 안 돌릴 수도 있습니다. 그 피해는 저희가 떠안아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되면 이천후를 접대한 이들 둘은 고스란히 등룡각의 문책 대상이 되는 것이다. 유망 고객 한 명을 어이없이 날려버렸다는 책임은 결코 가볍지 않으니까.
“선금?”
경산은 코를 훌쩍이다가 콧김을 확 뿜었다.
“흥! 나더러 등룡각 집사에게 가서 돈을 꿔 달라고 하라고? 그러다가 소문이 돌기라도 해 봐. 나에게 흠집 나기만을 기다리는 놈들이 줄을 서 있는데, 특히 지금 나랑 보물을 두고 가격 경쟁 중인 그 개자식이 들으면 아주 뒤로 자빠지면서 나를 비웃겠지! 내 체면이 땅에 처박히는 거라고!”
경산은 노기 어린 눈빛으로 그 말을 툭 던지곤 아예 두 제자들을 외면해 버렸다. 그리고 대신 이천후를 똑바로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나도 알아. 이 물건은 생김새가 좀 투박하고 딱 봐도 죽은 물건처럼 보이긴 하지. 그런데 날 한번만 믿어 봐. 나 경산이 도심을 걸고 맹세할게. 이건 진짜 신목이 맞아! 천지 사이에서 둘도 없는 보물이라니까!”
그는 점점 더 흥분해서 말이 빨라졌고 입에서 침이 튀었다. 그의 표정은 이천후를 설득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오히려 자기 자신을 납득시키려는 것인지 모호했다.
“내가 이놈의 정체를 알아보려고 얼마나 피땀을 흘렸는지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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