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44장
“하아...”
서라차 마왕이 굳건한 철벽처럼 이천후의 옆모습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뱉었다. 그 한숨에는 말로 다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 담겨 있었다. 어쩔 수 없음, 이해할 수 없음, 그리고 그마저도 스스로 깨닫지 못한 이토록 어리석은 용기에 대한 미묘한 감동이 뒤섞여 있었다.
그의 눈에 이천후의 결단은 미련한 짓으로 보였다. 달팽이가 핵심을 막을 수 있겠느냐는 듯 한 줌의 힘으로는 거대한 수레바퀴를 멈출 수 없었다. 천마의 침공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 파도처럼 밀려오는 운명이었다.
설령 오늘 이천후가 이곳의 음모를 깨뜨리고 시천마군을 물리친다 해도 마계점은 하나가 아니며 그들의 힘은 심연처럼 끝이 없었다. 그들은 더 은밀하고 약한 다음 지점을 찾아 기력을 비축한 뒤 다시금 돌아올 것이다.
개인의 힘은 이 거대한 재앙 앞에서 한 방울 물과 같았고 너무나 보잘것없었다.
한때 천마 대마왕이었던 서라차이기에 그는 이 진실을 누구보다 냉정하게 꿰뚫어 보았다. 마계의 법칙은 약육강식, 적자생존이었으나 이제 그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일천한 마음이 영혼의 사슬처럼 그와 이천후를 묶었고 그 순간부터 그는 마족 진영을 완전히 배신한 자가 되었다. 설령 지금 다시 칼을 돌려 시천마군에게 꼬리를 흔들며 비는 한이 있더라도 그를 기다리는 것은 오직 가장 잔인한 영혼의 파멸뿐이었다. 마계는 배신자를 결코 용서하지 않는다.
앞으로의 길은 이천후가 선택한 절벽 같은 길이요, 뒤로 돌아갈 길은 수만 길 낭떠러지뿐이었다. 그가 탑승한 작은 배는 이미 기울어질 운명이었고 이제 그의 주인과 함께 끝을 향해 나아갈 수밖에 없었다.
...
파멸의 포효와 마혈의 비산 속에서 시간은 쉼 없이 흘렀다.
그리고 마침내 이미 한을 다 견뎌낸 듯한 칠채광막에서 참지 못한 신음이 터져 나왔다. 빛바랜 무지갯빛은 폭풍 속 꺼져 가는 촛불처럼 깜빡거리며 매번 빛이 흐려질 때마다 공간이 뒤틀리는 것만 같았다.
그 광막은 더 이상 막이 아니었고 마치 금세라도 산산이 부서질 유리 그릇 같았다. 이제 남은 시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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