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87장

한 줄기 칠흑 같은 번개가 드리웠는데 모든 것을 가라앉히고 침몰시키는 그 힘은 바로 계수신뢰였다. 이어 붉은 불길이 천공을 불태우고 허공을 제련하듯 쓸어버렸는데 그것은 병화신뢰였다. 세 번째는 산처럼 무겁고 거대한 땅의 권위를 품고 있었고 일만 근의 무게를 무너뜨릴 듯한 압도적 힘, 무토신뢰였다. 다섯 가지 속성의 신뢰가 서로 생하고 서로 극하며 얽히고설켜 죽음을 직조한 거대한 그물망을 형성했고 그것은 한순간에 시천마군을 완전히 뒤덮었다. “안 돼!” 그러자 시천마군은 절망 어린 비명을 내지를 틈밖에 없었다. 푸직. 쾅. 오행신뢰의 광폭한 공격이 일제히 쏟아지자 그의 마신은 마치 억만 개의 벼락이 한꺼번에 내리꽂힌 유리처럼 산산조각 나고 말았다. 단단했던 마골은 토막나듯 부러지고 팽창하던 혈육은 그 자리에서 증발했다. 그의 피와 뼛조각이 허공을 가르기도 전에 연달아 쏟아지는 뇌광에 의해 완전히 소멸당했으며 그 자리에 남은 것은 겨우 주먹만 한 크기로 깜빡이는 희미한 신화 하나뿐이었다. 그것이 바로 시천마군의 생명, 그리고 그가 의지해온 도기의 핵심이었다. 하지만 금빛 새끼 사자의 살기는 아직 멈추지 않았다. 오행으로 이루어진 다섯 빛깔의 뇌해는 흩어지지 않고 오히려 더 맹렬하게 응집되며 그 외로운 신화를 향해 다시금 퍼부어졌다. 그리고 억만 개의 뇌정이 마치 멸세의 채찍처럼 내리꽂히며 그 불꽃 하나에 깃든 신화경의 본원을 지워내고자 미친 듯이 휘몰아쳤다. “아아아아!” 신화 속에서 피를 토하듯 터져 나오는 비명, 그것은 멸망 앞에 선 영혼이 내지르는 극한의 공포였다. 신화는 격렬하게 요동쳤고 빛이 희미해졌다 밝아졌다를 반복하며 휘청거렸다. 그리고 그 속에서 은빛 강기들이 뱀처럼 꿈틀대며 마지막 안간힘을 다해 뇌벌에 맞섰다. 그것은 말 그대로 죽기 직전의 발악이었다. “발악 그만해. 여기서 끝내주지.” 금빛 새끼 사자의 두 눈에 살기가 번뜩이며 번갯불처럼 터졌고 끓어오르는 살의가 하늘까지 흔들었다. 새끼 사자는 천천히, 그러나 확고하게 한쪽 앞발을 들었고 그 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