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07장
이천후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안연철의 이런 집안일에 엮이기 싫었고 사실 지금도 속으론 내심 피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그러나 민예담의 전음은 그를 더 이상 모른 척할 수 없게 만들었고 게다가 이 성녀는 과거에 몇 차례나 그를 도왔던 인연도 있지 않은가. 함부로 거절하기도 어려운 일이었다.
그는 즉시 신념으로 답했다.
“예담 성녀님, 설득하는 건 도와줄 수 있지만 미리 말할게요. 만약 만절 성녀의 진짜 목적이 안연철을 강제로 끌고 가두거나 그보다 더 악의적인 행동까지 하려는 거라면 미안하지만 전 더 이상 도울 수 없어요. 그렇게 되면 전 안연철을 바로 데리고 나올 거예요. 황촌 사람은 제가 지켜야 하거든요.”
잠시 뒤 민예담의 전음이 짧고 단호하게 되돌아왔다.
“걱정하지 마세요. 만절 성녀가 직접 약속했는데 그저 말 몇 마디 나누고 몇 가지 오해를 풀고 싶을 뿐이라고 했어요. 제가 천기 서원의 이름으로 맹세할게요. 안연철 씨가 원하지 않는다면 동원이라도 억지로 끌고 갈 수 있는 사람은 없어요.”
그 확답을 들은 이천후는 마음의 짐을 조금 내려놓을 수 있었다. 그는 몇 걸음 앞으로 다가가 안연철의 어깨에 손을 올렸고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힘으로 톡톡 두 번 두드렸다.
“안연철.”
이천후의 목소리는 높지 않았지만 듣는 이의 가슴을 차분하게 가라앉히는 묘한 힘이 깃들어 있었다.
“고집 좀 꺾고 나랑 같이 가자. 그 여자가 어떤 짓을 했든 결국 넌 만절 성녀와 피를 동생이야. 그런 인연은 피한다고 사라지지 않아. 어떤 일이든 어떤 사람이든 결국은 마주해야 끝이 나는 거고 도망쳐선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아. 오히려 마음속 마귀만 더 깊어질 뿐이지.”
안연철은 투덜거리듯 머리를 벅벅 긁었고 우물거리던 그는 이내 한숨을 쉬며 투덜댔다.
“형님, 하... 알았어요. 형님께서 그렇게 말하니까 가긴 가볼게요. 형님이랑 같이.”
이 극적인 장면을 지켜보던 민예담은 순간 얼굴에 숨기지 못할 놀라움이 스쳤다.
그녀는 이 남매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누이가 가진 그 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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