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15장
이천후는 얼굴이 활활 타오르는 것처럼 뜨겁고 귀까지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사방에서 몰려드는 부드럽고 향기로운 손길과 장난기 가득한 미소에 정신없이 밀려 다니며 그는 손을 휘저으며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제발 봐주세요. 한 번만 살려주세요!”
이천후는 이 천기 선원의 여자 제자들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들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지난번 이곳에 들렀을 때도 이 ‘도적’ 무리는 우르르 몰려와 복도를 가로막고 그의 얼굴을 꼬집고 허리를 만지고 심지어 누군가는 아랫배에 난 복근을 손가락으로 푹 찔러댔다.
그 참혹했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를 정도였다. 마치 배고픈 늑대 떼에 둘러싸인 어린 양처럼 그는 순식간에 손쓸 새도 없이 유린당했던 것이다.
그런 악몽 같은 장면이 지금 이 순간 눈앞에서 다시 펼쳐지고 있었다. 이천후는 자신이 마치 거미굴에 떨어진 삼장법사라도 된 듯한 착각을 느꼈다. 지나치게 열정적인 여자 제자들에게 당장이라도 산 채로 잡아먹힐 듯한 위기감이 전신을 엄습했다.
‘여자 셋이 모이면 접시도 뒤집어진다’라는 말이 있다지만 지금 이곳은 셋이 아니라 수십 명이 있고 하나같이 꽃처럼 고운 얼굴에 신선처럼 고고한 여자 제자들이 평소엔 남자 그림자조차 보기 힘든 곳에서 이렇게 한 남자가 던져졌으니 이건 뭐 양이 늑대 우리에 들어간 꼴이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지금 그 양의 심정을 이천후는 온몸으로 실감하고 있었다. 웃음소리와 장난스런 외침, 밀고 당기는 손길 속에서 그는 중심을 잃고 휘청거렸으며 그 와중에 도대체 몇 번이나 장숙희와 엉켜 부딪혔는지 모를 일이었다.
장숙희의 부드러운 살결, 은은하게 풍겨오는 향기, 살짝은 거칠게 느껴지는 여자 제자들의 장난기 어린 접촉들이 그를 더욱 당황하게 만들었다. 이건 도저히 성지의 성녀들이라 할 수 없는 광경이었다. 오히려 민간에서 결혼식 날 신랑을 놀리는 장난보다도 훨씬 과격했다.
이천후는 속으로 울부짖었다.
‘이런... 진짜 성녀들은 다 어디 간 거야? 이건 그냥 도적, 아니, 변태들이잖아!’
한편 중심으로 휘말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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