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27장
이천후의 요청은 현장에 있는 모든 이들의 예상을 완전히 뒤엎었다. 민예담의 눈동자 속에는 더욱 짙은 빛이 스며들었고 그녀의 시선은 이전보다 훨씬 깊고 날카롭게 이천후를 파고들었다.
김치형과 안연철은 그야말로 어안이 벙벙해졌다. 눈앞에 신의 열매가 손에 닿을 듯 있는데 어째서 굳이 결과가 언제 맺힐지조차 알 수 없는 과수들을 택하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천후는 누구보다도 명확하게 알고 있었다. 이 선택은 충동도 즉흥도 아닌 오랜 고심 끝에 내린 결정 그에게 있어 결정적인 한 수였다.
그의 목표는 단순히 눈앞의 몇 알 혈과 따위가 아니었다. 그는 더 멀고 큰 것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바로 우나연 혈맥의 두 번째 각성이었다.
무거운 과거를 짊어진 채 살아온 소녀, 열천황접이라 불리는 기이한 혈통을 지닌 우나연 그녀야말로 이천후가 지키고자 한 진정한 이유였다.
그는 한 번도 잊은 적이 없었다. 가슴 깊은 곳에 간직된 단 하나의 염원 바로 자신의 은사 우암 대사의 부활을 말이다. 그리고 그 부활의 열쇠가 바로 우나연이 두 번째 혈맥 각성을 이루었을 때 응결되는 조화의 힘이 담긴 ‘화접보견’이라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일반적인 혈맥은 한 번의 각성이 한계다. 그러나 열천황접처럼 이런 천역급 혈맥은 무한한 잠재력을 품고 있다. 단순한 각성으로 끝나지 않고 반복적으로 새로운 차원으로 진화할 수 있는 그야말로 신화적 존재 매번의 각성은 곧 생명의 재탄생이자 존재의 도약이었다.
두 번째 각성이야말로 우나연이 ‘보견’을 생성하는 데 반드시 넘어야 할 문턱이었다. 그리고 지금 이 열 그루의 혈과수는 단지 식물이 아니었다. 그것은 곧 황촌에 뿌리내릴 희망의 씨앗, 우나연의 각성과 우암 대사의 부활이라는 두 운명을 연결해주는 결정적인 초석이었다.
한때 거대한 자원과 정성을 아낌없이 쏟아부은 여황전은 이미 우나연에게 첫 번째 각성을 이루게 해주었다. 그 각성은 그녀를 한 번 완전히 새롭게 만들었고 동세대 천재들 가운데서도 군림할 수 있는 실력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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