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29장
이천후는 과수의 뿌리를 온전히 감싸고도 남을 만큼의 혈영토를 충분히 파낸 뒤에야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이고 열 그루의 혈과수와 그 귀중한 흙을 모두 자신의 강산대에 고이 담아 넣었다.
그와 동시에 민예담은 몇몇 여자 제자들을 불러 모았다. 그녀들은 하나같이 월백색 유운치마를 곱게 차려입은 채 정돈된 모습을 하고 있었고 모두가 수려한 용모를 지녔다. 지금은 각자의 얼굴에 흥분과 기대가 가득 차 있었으며 눈빛은 가지에 맺힌 혈과를 향해 반짝이고 있었다.
이 시각 가지마다 탐스럽고 둥글게 영글어 투명한 빛을 뿜는 영과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고 그 하나하나엔 네 줄기의 오묘한 혈문이 어지럽게 얽혀 있었다. 그중에서도 몇 알은 크기부터가 유독 컸고 무려 다섯 줄기의 혈문이 또렷이 박혀 있어 일종의 이형 혈과로 분류될 만했다.
붉은 보석처럼 반짝이는 그 과일들에서는 피가 끓는 듯한 강렬한 향기가 풍겨 나와 보는 이의 혈맥마저 진동하게 만들 정도였다.
여자 제자들은 특수 제작된 옥가위와 옥반을 손에 들고 과수들 사이를 바쁘게 오갔다. 그녀들의 동작은 날쌔고 정확했으며 매번 조심스럽게 열매 하나를 잘라낼 때마다 기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세상에. 이 과일에서 느껴지는 생명의 기운이 너무나 강렬해요!”
“저거 보세요! 다섯 줄기의 혈문이라니, 저건 틀림없이 최상품이에요!”
“이번 수확은 정말 이천후 선배님 덕분이에요! 우리 서원이 이번엔 진짜 도약할지도 몰라요!”
“이렇게 많은 사문혈과에 심지어 오문혈과까지. 전부 정제해서 흡수할 수 있다면 우리 전체 실력이 한두 단계쯤은 우습게 뛰어넘겠는걸요? 어쩌면 진짜 절세 천재가 나올지도 몰라요!”
성녀들은 수확된 영과들은 옥반 위에 정갈하게 담겼고 그 짙은 혈기와 생명정화가 거의 실체처럼 농밀해져 약전 전체를 황홀한 붉은 빛으로 감싸 안았다.
수확을 마친 뒤 작게 산처럼 쌓인 과일들을 바라보며 천기 성지의 여자 제자들은 모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녀들의 눈빛은 자연스레 이천후에게 향했고 그 속엔 감동과 경외, 그리고 미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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