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54장
참고 있던 감정이 마침내 터져 나왔다. 서원의 여자 제자들 마음속에 오래도록 쌓여 있던 억눌린 감정이 이 순간 폭발하듯 솟구친 것이다.
만절 성녀는 강대한 실력을 등에 업고 신성한 지위까지 지닌 채 늘 성지 내에서 오만하기 그지없었다. 마치 하늘 아래 자신 외엔 아무것도 없는 양 모든 이들을 짓밟고 마음대로 행동했다. 여자 제자들을 풀잎처럼 여겨 무시하기 일쑤였고 그들은 감히 분노조차 표출하지 못한 채 울분만 삼켜야 했다.
그런데 지금 그들 눈앞에서 신처럼 내려온 듯한 저 아름답고도 야성적인 남자는 만절 성녀의 무시무시한 살기를 연이어 막아냈을 뿐만 아니라 한 차례 튕겨나간 뒤에도 더욱 맹렬한 전투욕을 폭발시켜, 마침내 만절 성녀마저 경계심을 드러내게 만들었다.
그 모든 장면을 마주한 그녀들은 기쁨과 전율에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이토록 속이 시원할 수가. 지금 당장이라도 환호성을 지르고 싶을 만큼 짜릿했다.
반면 천뢰 같은 두 번의 맹공에도 불구하고 저 눈앞의 하찮은 존재는 완전히 짓뭉개지지 않았다. 오히려 점점 더 흉악한 기세를 뿜어내는 그의 전투욕은 마침내 만절 성녀의 마음속 언제나 잔잔하던 마음의 호수에 작은 물결 하나를 일으켰다.
‘귀찮아...’
사실 그녀의 목적은 오직 안연철이었고 이 하찮은 광인의 도발에 시간을 허비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다면 그의 목숨을 끝내면 된다.
영원한 ‘절멸’, 그 침묵의 안식으로 돌려보내 주면 된다. 만절 성녀의 눈동자가 완전히 얼어붙었고 그 안에 더는 어떤 감정도 어떠한 파동도 없었다.
그녀가 우아한 손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겉보기에 무심한 동작이었지만 그 안에 천도마저 갈라낼 수 있는 무시무시한 의지가 실려 있었다.
웅...
그 순간 마치 수억 년 동안 봉인되어 있던 태고의 대일이 그녀의 손바닥에서 폭발했다. 눈을 뜰 수조차 없는 찬란한 빛이 온 하늘을 뒤덮고 모든 시야를 집어삼켰으며 서원의 정원 전체가 마치 순금으로 주조된 세계처럼 변해버렸다.
그 불태우는 듯한 광핵의 중심에서 무수히 농축되고 응축된 검기가 하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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